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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보다 더 허술하게 변주된 타이식 액션영화 <더 킥>

여기 태권 가족이 있다. 아버지(조재현)와 어머니(예지원)는 젊은 시절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였다. 하지만 수년이 흘렀고 그들이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방콕이다. 여기서 그들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다. 아버지는 돈 대신 태권도의 정신만을 강조하며 살고 있고 어머니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식당을 운영한다. 아들(나태주)과 딸(태미)은 둘 다 부모를 닮아 태권도 고수이지만, 그중 아들은 아버지가 강권하는 태권도가 아니라 실은 댄서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이 가족이 어느 날 영웅이 된다. 타이 왕조의 전설의 검을 탈취하려던 일당을 우연히 막아내고 단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그런데 전설의 검을 손에 넣는 데 실패한 그들이 돌연 태권 가족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더 킥>은 <옹박>으로 알려진 타이의 영화감독 프라차야 핀카엡이 연출을 맡았고 한국과 타이의 배우들이 출연했으며 국내 대기업 영화사가 주요 자본을 댔다. <옹박>의 영웅 토니 자는 없지만, 여전히 프라차야 핀카엡의 액션배우들은 땅에 발을 딛지 않고 공중 2회전, 3회전을 거뜬히 해낸다. 영화 속 무술은 양국의 전문가가 공히 함께하여 전반적인 개요가 짜여졌다. 타이쪽에서는 <옹박> 시리즈의 무술감독인 위라폰 푸마트폰이, 한국에서는 태권도 시범단 K타이거즈가 참여했다. 아들 태주와 태미 역시 전부 무술 고단자들일 뿐만 아니라, 타이의 무에타이 챔피언이자 여자 토니 자라고 할 만한 지자 야닌이 액션을 더한다. 반면 타이의 국민배우라 할 만한 멈은 태권 가족의 친구로 등장한다. 영화는 전부 타이에서 촬영했고 액션은 장면별로 도심의 지하철에서 시작되어 고층의 빌딩으로, 밀림으로 또 동물원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몸에 관한 경외심이 생길 정도로 공중을 날아서 찌르고 때리고 부수는 타이식 무술영화의 쾌감을 <옹박>에서 이미 보았다. <옹박>은 뛰어난 영화가 아니었지만 흥미로움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그 액션의 변주를 <더 킥>에서 다시 보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더 킥>은 전반적으로 허술하고 느슨했던 <옹박>의 이야기나 영화적 구조보다 더 허술하고 느슨하다. 비단, 감독의 연출 탓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의 자본 및 기획력과 타이의 연출 및 기술이 합작한 이 작품은 새로운 영화적 재미가 아니라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상업적 전략에 보다 치중되어 있는 것 같다. 제작상으로는 서로의 장점을 취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으나 영화적으로는 단점이 좀더 부각된 사례다. 예컨대 타이 대중영화의 일반적 난점인 느슨한 서사성을 이 영화는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옹박>이 액션으로서의 볼거리였다면 합작영화 <더 킥>은 액션 이외의 영화적 재미가 더해져야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킥>은 한국의 기획력이 외국의 재능 및 물리적 기술을 취할 때 어떤 점들에 보다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하나의 일례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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