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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발리우드를 넘어 세계로

변화와 차별화 시도한 제13회 뭄바이영화제 성황리에 폐막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로 침울한 분위기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던 인도의 경제 수도 뭄바이에 오랜만에 생기 가득한 바람이 불었다. 10월13일부터 8일간 열린 제13회 뭄바이영화제가 전세계 60개국 200여편의 영화와 10만명 이상의 현지 관객으로 성황을 이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행사는 뭄바이영화제 자체적으로는 물론 인도에서 개최되는 기타 영화제들과 비교해 형식과 내용 면에서 큰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평가가 두드러졌다.

먼저 이번 뭄바이영화제의 여러 차별화 시도 중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을 꼽으라면 ‘뭄바이=발리우드’라는 이미지를 깨고 ‘국제’ 영화제로서의 외형을 갖추고자 한 점이다. 지난해까지 뭄바이영화제가 개봉예정이거나 그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를 모은 발리우드 대작들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면 올해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로 개막해서 모건 프리먼 주연의 <돌핀 테일>로 막을 내렸고, 영화제를 구성하는 총 9개 섹션 중 휴 허드슨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국제경쟁부문 14편의 영화 홍보에 그 어느 때보다 열성을 보였다(한국인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지난해 배우 윤정희에 이어 올해는 나홍진 감독이 참석했다). 당연하게도 영화제 폐막 이후 현지 언론의 조명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에바 이오네스코 감독,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마이 리틀 프린세스>, 심사위원대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세바스티안 필로트 감독의 <세일즈맨>,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마르쿠스 슐레인저 감독의 데뷔작 <미카엘> 등에 집중됐다.

<마이 리틀 프린세스>

올해부터 도입된 뭄바이 필름마켓도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인도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투데이>는 뭄바이 필름마켓 특집기사에서 올 행사에는 인도영화수출협회, 인도영화연맹, 인도전국경제인연합 등 산업계가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3일간 500여건 이상의 미팅이 이뤄졌고, 특히 그동안 인도영화 수입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국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투데이>는 특히 한국의 쇼박스가 샤룩 칸 주연의 신작 <라. 원>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비즈니스 투데이>는 지난해 1925억원을 기록했던 인도영화의 해외 박스오피스 수입이 2015년에는 312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세는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뭄바이영화제를 찾은 관객에게서도 이전과는 다른 변화의 바람이 감지됐는데, 발리우드영화가 절대적 강세를 보이는 현지 영화관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었던 해외영화들에 폭발적인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예로 <멜랑콜리아> <피나> <아티스트> <토리노의 말> 등에는 예상외의 관객이 몰려 영화제 집행위원회쪽에서 매일 밤 10시에 특별상영회를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이번 뭄바이영화제의 여러 변화된 시도들은 상당히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또 다른 과제를 떠안게 된 것도 사실이다. 영화제 운영방식을 두고 인도 영화계 내부에 균열의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에서 인도의 유명 감독들이 배제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발리우드를 대표하는 제작자이자 감독인 야쉬 초프라와 카란 조하르 등이 영화제에 불참했다는 현지 언론보도에 이어 람 고팔 버르마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도 감독들이 자국에서 열리는 영화제에서 변방으로 밀려난 상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에 관심이 있는 대다수 현지인들은 인도 영화계 내부 분열이 시사하는 점보다 뭄바이영화제에 불기 시작한 변화의 바람이 향후 인도에서 개최될 다양한 영화제들에 미칠 영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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