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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회화같은 부드러운 화면과 매력적인 음악 <푸치니의 여인>

제목만 보고, 푸치니(리카르도 조슈아 모레티)가 그의 뮤즈와 나눈 비밀스럽고 열정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푸치니와 주변 여성들이 등장하는 건 맞지만 ‘슈만과 클라라’ 혹은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같은 관계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영화의 모티브는 1910년 발표된 푸치니의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와 ‘도리아 만프레디’ 사건의 연관성이다. <서부의 아가씨>가 작곡될 무렵, 푸치니의 하녀 도리아(타니아 스퀼라리오)가 자살하고 그녀의 가족은 푸치니의 아내(지오바나 다디)를 무고죄로 고소한다. 남편과의 관계를 의심한 푸치니의 아내가 하녀를 학대해서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당대의 유명 작곡가였던 푸치니는 거액의 위자료를 주고 사건을 종결짓는다. 이 일로 인해 <서부의 아가씨>의 여주인공이 도리아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감독은 오랜 세월 취재와 고증을 통해 다른 가설을 제시한다.

줄거리 요약은 <푸치니의 여인>의 진면목을 설명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푸치니의 창작 비밀이나 여성 편력을 재구성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다. 팩션의 성격을 띠긴 하나 새로운 사실을 밝히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세기의 작곡가가 창작을 하는 어떤 시기를 미시사적인 렌즈로 들여다보는 이 영화의 묘미는 사운드의 운용에 있다. 대사가 거의 없고 구체적인 이야기 전개는 주로 편지와 쪽지로 이루어진다.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멀찌감치 떨어진 창밖에 위치하고 있어 내용을 분별할 수 없게 만든다. 말을 절제하고 있지만 음악가를 그리는 만큼 음악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형식적인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영화지만 극적인 사건은 없어 밋밋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매 장면이 마치 인상파 회화처럼 부드럽지만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이 영화의 매력을 놓치기는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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