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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 에로티시즘과 긴장감 없는 드라마 <뷰티풀 엑스>
송경원 2011-11-16

홀리(비바 비앙카)는 상류층만 상대해온 고급 콜걸이다. 그녀는 오늘밤을 마지막으로 오랜 콜걸 생활을 정리하고 파리로 떠나려 한다. 그런데 마지막 고객에게 함께 가기로 했던 동료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 곤란해하던 그녀 앞에 때마침 가출한 십대 소녀 쉐이(한나 맹간 로렌스)가 나타난다. 무작정 도시로 올라와 돈도 떨어지고 텃세 탓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던 쉐이에게 홀리는 하룻밤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그날 밤 고객이었던 마약상 윌리의 살해 현장을 목격하게 된 두 여자는 살인범과 원치 않은 추격전을 벌인다. 마지막 비상구를 찾아 긴 밤을 헤매는 홀리와 쉐이는 과연 도시의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형적인 소재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에로티시즘과 스릴러의 결합이 그다지 이채롭지 않음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매력이 사라지진 않는다. <뷰티풀 엑스>의 문제는 관객의 기대를 배신하는 장르적 외피에 있다. 이 영화는 ‘섹슈얼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충분한 에로티시즘을 전시하지 못하고 한번도 스릴러다운 긴장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사실 <뷰티풀 엑스>는 스릴러 장르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드라마에 방점이 찍혀 있는 영화다. 콜걸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홀리와 이제 막 발을 들이려는 쉐이는 분열되어 있지만 한 사람과 다름없다. 의미상 겹치는 두 여성의 파란만장한 하룻밤을 통해 도시의 어둠을 대변하는 콜걸들의 심리적 깊이에 도달하고자 한 영화는 결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기엔 힘이 부쳐 보인다. 쓸쓸한 정서가 묻어나는 건조한 화면과 심리 묘사에 집중하는 연출에 반해 소재, 이야기, 장르적 기대 모두 불협화음을 일으킨 탓이다. 결국 어쩌면 도달할 수도 있었을 드라마적 완성도마저 이런저런 곁가지에 신경 쓰느라 놓치고 만다. 출구 없는 도시의 분위기가 제법 인상 깊었던 만큼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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