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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승리가 아닌 콤플렉스를 인정해가는 이야기 <꿍따리 유랑단>
김성훈 2011-11-30

<꿍따리 유랑단>은 지난해 방영된 KBS1TV 크리스마스 특집 드라마 <고마워 웃게 해줘서>의 제작기다. 이 드라마는 인기 댄스 그룹 ‘클론’의 멤버였던 강원래가 이끄는 장애예술인공연단 ‘꿍따리 유랑단’의 이야기를 극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끼와 재능이 각기 다른 장애인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사회적인 편견을 극복하고, 여러 사회단체를 방문해 공연한다는 게 이 드라마의 주된 내용이다. <꿍따리 유랑단>은 평생 연기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이들이 한편의 드라마를 찍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살면서 휠체어에서 양손을 놓은 적이 없는 주인공 김지혜는 연기를 위해 수도 없이 땅바닥을 굴러야 했고, 오른팔이 없는 무에타이 선수 최재식은 상의를 노출하라는 감독의 주문에 결국 불평을 쏟아낸다. 드라마 <야망의 전설>을 찍은, 그러나 미국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KBS 김영진 PD가 꿍따리 유랑단 멤버와 스탭들을 어르고 달래가며 한신, 한신 찍어나가는 풍경이 제법 치열하다.

<꿍따리 유랑단>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는 인간승리 드라마가 아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생각했지만 마주했을 때 또 어딘가로 숨기고 싶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인정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장애를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 상의를 벗으라는 감독의 요구에 최재식은 “일상에서는 노출하지 않는데 왜 벗으라고 하냐”고 불만이다. 그때 강원래의 한마디는 제법 묵직하다. “그게 너의 진짜 모습이야. 자꾸 숨기려고 하니까 사람들이 더 들추어내려고 하잖아.” 제작기로서의 완성도는 다소 거칠고 아쉽지만, 일반인이 아닌 장애인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꿍따리 유랑단>은 의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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