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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사회를 향한 두 여자의 목소리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주성철 2011-11-30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당한 진희(성수정)는 어느 날 연락이 끊겼던 중학교 동창 예원(이혜진)을 찾아간다. 그들은 아무런 이해관계나 목적도 없이 함께 어울렸던 중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즐거워한다. 당시 그들은 함께 배우를 꿈꾸던 소녀였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어딘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대기업 비서로 일하는 예원은 진희에게 공무원 시험이라도 준비하라며 잔소리를 하고, 진희는 뒤늦게 배우라는 꿈에 뛰어들려 한다.

영화의 영어 제목인 <Moscow>는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에서 유래한 것이며 그들 자매가 누리던 불안한 평화는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에도 적용된다. 대기업 비서와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갈라선 현실을 잊고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함께 떡볶이를 만들어 먹고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대사를 함께 외우던 낭만의 과거를 그려본다. 하지만 그것은 불안한 평화다. “내가 창피해? 가방 끈도 짧고 가진 것도 없고 당연히 창피하겠지”라며 이내 그들은 갈등한다.

한 장면. 극단 회식 자리에 불쑥 끼어들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진희를 향해 한 단원이 체호프의 또 다른 연극 <갈매기>의 ‘니나’ 같다고 얘기한다. 니나는 배우를 꿈꾸며 연인을 배신했던 여자다. 하지만 현실의 진희는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이미 배우가 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인물이다. 그렇게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는 두 여자의 우정과 현실, 그리고 꿈에 대해 얘기한다. 그 불가능한 꿈에 대한 갈망은 열악한 사회를 향한 목소리이기도 하다. 영화는 “4년째 힘겨운 투쟁을 하고 계신 기륭전자 여성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여러분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라는 자막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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