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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로 살아가는 불행한 존재들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메리와 맥스>
김도훈 2011-12-21

아드만 스튜디오는 올해 <아더 크리스마스>와 함께 클레이메이션(찰흙애니메이션)과 거의 결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표현력의 제약을 지니고 있을지언정 클레이메이션은 여전히 풍요로운 오락거리이자 예술의 한 형태다.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애덤 앨리엇의 <메리와 맥스>가 바로 그 증거다.

감독의 경험을 토대로 한 <메리와 맥스>는 아스퍼거 증후군(지적으로는 장애가 없는 자폐증의 일종)에 걸린 미국 남자와 오스트레일리아 소녀의 일생에 걸친 우정을 다룬다. 오스트레일리아 소녀 메리(토니 콜렛)는 알코올 중독자 엄마 아래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다.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뉴욕에 사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편지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중년의 유대인 남자 맥스(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에게 도달한다. 22년간에 걸친 세월 동안 이어지는 둘의 우정은 점점 맥스의 닫힌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한다.

<메리와 맥스>는 세상의 모든 ‘증후군’ 환자들에게 바치는 위안이자, 약자로 살아가는 불행한 존재들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다. 애덤 앨리엇 감독은 클레이메이션 특유의 간결한 아름다움과 위트를 통해 진흙 덩어리들이 복잡다단한 감정의 깊이를 지닌 인간으로 보이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어떤 면에서 이는 아드만 스튜디오조차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다. 만약 올해의 애니메이션을 선정해야 한다면 픽사와 드림웍스의 대작들 대신 <메리와 맥스>를 제일 윗자리에 올려놓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애덤 앨리엇이라는 작가를 좀더 알고 싶다면 오스카 단편애니메이션 수상작이자 투렛 신드롬 환자를 다룬 감독의 전작 <하비 크럼펫>을 함께 감상하길 권한다.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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