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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웃고 울고 이토록 와닿는
주성철 사진 백종헌 2012-01-09

<댄싱퀸> 황정민

황정민의 밝은 모습을 보는 게 얼마 만인가. 임진왜란 직전 혼돈과 광기의 시대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꿈꿨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맹인검객 황정학, 부정부패 속에서 허우적대며 선과 악을 오가던 <부당거래>의 강력계 형사 최철기, 그리고 의문의 폭발사건을 수사해나가던 중 더 큰 범죄의 실체와 맞닥뜨린 <모비딕>의 사회부 기자 이방우 등 황정민은 그동안 ‘인상만 쓰고’ 살아왔다. 그 모두 연기자로서 황정민이 지닌 다채로운 색깔을 뽐내게 해줬지만 <너는 내 운명>의 석중처럼 대책없이 티없이 밝은 모습을 보고 싶어 한 팬들도 많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유쾌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얘기하는 황정민도 같은 생각이었다. “어느 순간 어두운 영화들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댄싱퀸> 같은 밝은 영화를 기다렸다. 유치하고 가벼울 수 있다며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웃고 떠들고 또 울기도 하면서 이렇게 캐릭터에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로맨틱코미디가 그리웠다”는 게 그의 얘기다.

<댄싱퀸>에서 7전8기 끝에 사시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는 황정민은 삶 자체가 코미디다. 얼떨결에 시위대에 끼어 졸지에 백골단의 방망이에 쓰러져서는 ‘민주투사’가 되고, 누군가에 밀려 지하철 선로에 떨어져서는 역시 얼떨결에 사람을 구해 ‘용감한 시민’이 된다. 그런 그를 정치권이 스카우트한다. 마치 현실에서 흔히 볼 법한 이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말 그대로 석중 같은 황정민의 순진한 매력이다. 시장 선거에 출마하고 난 뒤 거듭되는 TV토론회에서 “돈이 없어가 비싼 분유 못 맥이는 부모들 마음 알아요? 모유수유 하자는데 엄마들이 무슨 젖솝니까! 짜면 막 그냥 나오구로!”라든지 “얼라들 학교 급식이요? 엄마 아빠 다 맞벌이로 회사 나가 있는데 애들 아무도 없는 집으로 기냥 보내요? 혼자 밥 차리 먹으라꼬? 학교에서 애들 돌봐주는 기지요. 엄마 아빠가 느그들 이렇게 밥 먹일라꼬 열심히 일하신다라고요”라고 말해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다. 사투리 때문에 ‘서울특별시’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아 늘 ‘턱벨시’라고 말하는 그다.

<댄싱퀸> 속 시장 선거의 모습은 묘하게 현실과 겹친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속 정민은 원래 정치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 국회의원 친구가 후보 권유를 할 때도 ‘이제 좀 살 만한데 내가 와 그 똥통에 발을 들이겠노’라며 거절한다. 그러다가 ‘너 같은 삶을 산 사람이 들어와서 여기를 좀 맑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에 설득당하는데, 나로서는 관객이 나처럼 설득당하고 변해가는 모습을 자연스레 따라올 수 있어야 영화가 성공한다고 봤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서울시장’이라는 명백한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황정민이라는 이름 그대로 출연하는 데 흔쾌히 동의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따지고 보면 캐스팅 이후 애초 시나리오의 이름을 충분히 바꿀 수도 있는 노릇인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배우는 캐릭터라는 가면을 쓰고 자기의 내면이나 본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인데, 내 이름 그대로 계속 하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껏 황정민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저 배우가 더이상 뭘 보여주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게 단점이 될 수 있다 해도 그냥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남들은 그저 편한 코미디로 <댄싱퀸>을 바라볼지 모르겠지만 배우 황정민에게는 그런 자기만의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다. 그래서 <댄싱퀸>을 가장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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