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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의 패기와 색깔이 아쉽다 <맨 온 렛지>
김성훈 2012-02-22

쳐다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한 호텔의 난간 위에 전직 경찰관 닉 캐서디(샘 워싱턴)가 서 있다. 무려 21층의 높이다. 죽기 위해 그곳에 올라간 건 아니다. 4천만달러의 다이아몬드를 훔쳤다는 누명을 벗기 위해 그는 대중의 관심을 유도해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그게 목적이라면 결과는 일단 성공이다. SWAT팀을 비롯한 뉴욕 경찰의 상당수가 현장에 출동했고, 언론과 방송은 난간 위의 그를 담아내는 데 열을 올리고,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어 그를 응원하고 걱정한다. 그런데 캐서디는 또 다른 계획도 함께 꾸미고 있었다. 호텔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어떤 장소에서 진행되는 이 계획까지 성공해야 그는 누명을 벗을 수 있다.

<맨 온 렛지>는 한 남자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또 다른 음모를 꾸미는 이야기다. 난간 위에 서 있는 것만 해도 제법 아슬한데 그는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으랴, 무선 마이크를 통해 또 다른 계획을 진두지휘하랴, 계획을 들키지 않기 위해 경찰 협상가(엘리자베스 뱅크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랴, 정신이 없다. <아바타> <타이탄>의 배우 샘 워싱턴은 더이상 물러설 데 없는 이 위기의 남자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얽히고설킨 여러 플롯과 함께 에르게스 레스 감독은 캐서디가 누명을 쓰기까지의 사연을 플래시백을 통해 한데 담아낸다. 덕분에 영화의 중반부까지 제법 긴장감이 넘친다. <다섯개의 장애물>(2005), <시테 솔레이의 유령>(2006) 등 주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덴마크 출신 감독의 첫 할리우드 작업임을 감안하면 만듦새 역시 나쁘지 않다. 다만, 전형적인 할리우드 범죄물이 그렇듯 모든 갈등이 봉합되는 영화의 마지막은 신인 특유의 패기나 색깔보다 스튜디오의 입김이 더 들어간 선택으로 보인다. 그게 아쉽다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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