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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영웅
김도훈 2012-03-22

유튜브 세대가 낳은 슈퍼히어로 영화 <크로니클>

가만 생각해보라. 지금 할리우드를 휩쓸고 있는 두개의 신종 장르인 파운드 푸티지와 슈퍼히어로물을 하나로 합친다면 뭔가 흥미진진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크로니클>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70∼80년대 선배 할리우드 장르영화와 일본 만화의 영향력까지 호쾌한 솜씨로 버무려넣는다. 스물일곱살 신인감독의 데뷔작 <크로니클>은 <블레어 윗치>가 <엑스맨>을 만난 영화, 혹은 <클로버필드>가 <아키라>를 만난 영화다.

만약 당신이 슈퍼파워를 손에 넣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당신은 하늘을 날 수도, 손에서 거미줄을 뿜어내며 빌딩숲을 질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피터 파커의 삼촌이 말했듯이 “큰 힘에는 큰 책임감이 따르게 마련”이다. 아니다. 그건 마블의 세계에서나 통하는 법칙이다. 진짜 세계에서라면 큰 힘에는 책임감이 아니라 큰 업보만 따라온다. 하늘을 나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당신은 기껏해야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고도에서 날 수 있을 따름이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니는 비행기나 새와 충돌할 위험도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날아오르는 순간 당신의 몸이 지구상에서 가장 근사한 피뢰침으로 변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손에서 거미줄을 뿜어내며 빌딩숲을 질주한다고? 당신 무릎의 연골이 빌딩 벽면에 착지하는 충격을 온전히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크로니클>의 주인공들 역시 큰 힘의 딜레마에 빠져든다. 10대 고등학생인 앤드류(데인 드한)는 우리가 미국 인디영화에서 흔히 마주하는 ‘고통받는 사춘기 소년’이다. 어머니는 불치병으로 몸져누웠고, 전직 소방관인 아버지는 스트레스를 아들을 향한 폭력으로 푼다. 학교에서도 왕따에 가까운 앤드류에게 유일한 친구라곤 사촌 맷(알렉스 러셀)뿐이다. 어느 날 앤드류와 맷은 레이브 파티에 갔다가 학생회장 선거에 나온 스티브(마이클 B. 조던)와 함께 지하 땅굴에 묻힌 암석을 만지고는 염력을 소유하게 된다. “이건 마치 근육 같아. 어떻게 사용할지만 배우면 되는 거야!” 세 친구는 염력을 조금씩 연습하며 물건을 움직이는 시시껄렁한 장난에 몰두하다가 마침내 하늘을 날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른다. 문제는 앤드류다. 가족과 학교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의 마음은 점점 뒤틀려가고, 어머니의 치료비를 구하려고 강도짓을 벌이다가 힘을 잘못 사용해 벌어진 거대한 폭발로 인해 병원에 구금당한다. 이제 영화는 분노를 제어하지 못해 시애틀 도심을 파괴하며 폭주하는 앤드류와 그를 막기 위해 발버둥치는 맷의 대결로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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