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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 개를 <아티스트>의 어기처럼 키우고 싶어요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12-03-20

고양이와 개부터 염소, 닭, 오리까지… 동물배우에 대해 궁금한 거의 모든 것들

외국의 동물배우를 향한 감탄은 한국의 동물배우들을 궁금케 했다. 한국에서도 어기 정도의 연기력을 갖춘 동물배우가 있을까? 그들은 어떤 훈련을 받고, 어느 정도의 출연료를 받을까. 자기가 키우는 동물도 배우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동물배우에 대한 사사로운 질문들을 모았고, 몇몇 전문가들에게 답을 구했다.

<하울링>에 출연한 늑대개 시라소니.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출연했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도 얼굴을 비췄다. 현재 조성희 감독의 <늑대소년>에 출연 중이다. 사람에게 안기기를 좋아하는 성격인 듯한데, 눈을 보고 있자니 좀 무서웠다.

Q. 한국에도 동물배우 에이전시가 있을까? 에이전시를 다른 말로 하면 소개업이다. 일반적으로 동물 에이전시는 동물을 수입대행해서 필요한 곳에 공급해주는 회사를 뜻한다. 현재 한국에서 동물배우들을 관리하고 연기를 가르치는 회사들은 대부분 ‘훈련업’으로 등록돼 있다. 공인훈련사들이 운영하는 애견훈련소가 영화나 드라마, 광고 등으로부터 제안을 받으면, 훈련소를 거쳐간 동물 가운데 이미지에 맞는 동물들을 선택해 출연시키는 식이다. 소속배우라는 개념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동물들을 일상적으로 먹이고 훈련시키는 데에는 그에 맞는 투자가 필요한데, 그렇게 관리한 동물들이 모두 캐스팅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울링>에 출연한 늑대개 시라소니는 예외적인 경우다. 시라소니가 살고 있는 이글루동물영화연기학교는 외부의 동물들보다 학교에서 키우는 동물들을 주로 출연시키는 곳이다. 약 140마리 개 가운데 배우나 모델로 활동하는 개는 절반에 못 미친다고. 그 절반의 동물들이 나머지 개와 고양이, 염소, 닭, 오리들을 먹여살리고 있다.

이글루동물영화연기학교의 최연수 훈련사와 시라소니. 펜스 뒤에 있는 100여 마리의 개들이 그녀의 목소리에 일제히 조용해졌다.

Q. 개 외의 동물들도 연기가 가능할까? 동물들은 알아서 연기하지 않는다. 사람의 지시에 따라 작품에 필요한 동작을 할 뿐이다. 여러 동물 중에서도 개가 사람의 지시를 잘 따르기 때문에 훈련이 잘되는 편이다. 고양이도 훈련시킬 수 있다. 하지만 훈련량이 같아도 현장에서 지시를 따를 가능성은 다르다. 와우펫의 강성찬 실장은 이렇게 말한다. “개는 10을 가르치면 현장에서 8을 한다. 그런데 고양이는 10을 가르쳐도 현장에서 0도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글루동물영화연기학교의 황운영 소장의 말도 비슷하다. “집에서는 사람 말을 잘 듣는 고양이도 밖에 나가면 도둑고양이처럼 행동할 때가 많다.” 그래서 고양이는 미리 훈련을 시키지 않는 편이다. 섭외 비율로 봤을 때, 개가 75%라면 고양이는 10% 정도. 그리고 나머지가 앵무새, 뱀, 양, 말, 소, 돼지, 닭 등이다. 역시 경제적 효과로 보았을 때, 훈련비용 대비 가치가 낮다. 개 외의 동물들은 필요할 때마다 섭외하는 게 보통이다. 닭, 오리처럼 가격이 저렴한 동물은 직접 구입하지만 코끼리나 낙타 같은 동물들은 지방의 사설동물원에서 대여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섭외가 어려운 동물들은 동물수입대행 에이전시를 통해 수소문하기도 한다.

이글루동물영화연기학교는 개 외에도 약 40마리의 고양이와 비둘기, 염소, 닭 등이 살고 있다. 건물 한쪽에는 까마귀를 위한 방도 있었다.

Q. 동물배우로 활동하는 개들은 어떤 연기훈련을 받을까? 애견훈련소에서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건, ‘앉아, 엎드려, 기다려’다. 목줄을 달든 달지 않든, 사람 무릎에서 한뼘 떨어져 걷게 하는 각측보행도 가르친다. 이 정도가 기본이고 작품에 따라 필요한 연기를 더 연습한다. 황운영 소장은 “자는 연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2003년까지만 해도 개들이 자는 모습을 연출할 때는 수의사가 현장에 함께하면서 마취를 시켰다. 하지만 이제는 자는 모습이나 죽는 모습을 연기할 때 재운다. 심지어 고양이도 재울 수 있다.” 동작보다 표정이 중요한 장면에서는 습성을 이용한다. 강성찬 실장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둔 개의 표정을 연출할 때는 코 부분에 음식을 묻혀 혀로 닦게 하고, 놀란 표정이 필요할 때는 아예 동공이 작아서 눈이 희번덕해 보이는 불도그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개에게 요구하기가 가장 어려운 연기는? 의외로 ‘짖기’다. 개가 늘 짖는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오해다. 다른 연기는 다 잘하는 개도 짖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황운영 소장은 “짖는 연기를 훈련시킬 때는 먼저 개가 좋아하는 걸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먹을 것이나 공처럼 갖고 놀고 싶어 하는 물건을 이용한다. 그걸 달라고 의사표현을 하도록 만드는 거다. 처음에는 끙끙거리는데, 그때마다 잘한다고 칭찬해주면 점점 반응이 커진다. 때로는 훈련교범에 따라 코를 꼬집기도 한다. 이때 짖으면 칭찬해주면서 연습시킨다.” <아티스트>의 어기처럼 ‘빵!’이라고 했을 때, 쓰러지는 건 웬만한 배우견이라면 누구나 하는 기초적인 연기라고. 장 뒤 자르댕이 탭댄스를 추는 방향에 따라 어기가 움직이는 연기는 동물 앞에서 조련사가 방향을 옮기면서 지시하면 가능하다. 주인을 구하기 위해 경찰의 바짓가랑이를 무는 연기 또한 어기 같은 잭러셀테리어들의 습성을 이용하면 연출할 수 있다. <하울링>의 시라소니는 촬영 전, 두달 동안 ‘주인과 100m 넘게 떨어진 상태에서 서서 기다리다가 직선으로 달리는’ 연기를 훈련했다. 개의 특성상 앉아 있거나 엎드려서 기다리지 않고 서서 기다리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라고 한다.

시라소니의 몸집은 상당히 컸다. 육중한 몸무게에도 장애물을 뛰어넘었고, 빠른 속도로 달렸다. “달려!”라는 훈련사 목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도 지녔다.

Q. 그럼 혹시 개한테도 연기력을 요구할 수 있을까? 평소 어떤 환경에서 사는가가 중요하다. 대부분 사람과 함께 연기하는 만큼, 사람과 쉽게 어울리는 환경에서 자라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현장에서 배우가 이름을 불러도 달려오는 연기가 가능하다. 가둬놓기보다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해주는 것도 관건이다. 집에만 갇혀 있던 동물들은 밖에 나가면 통제가 안된다. 황운영 소장은 “평소 사는 환경에서 보이던 행동을 현장에서 연출할 경우, 의외의 자연스러운 동작들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잠을 자고 있던 개가 집으로 들어오는 주인을 잠깐 보고 다시 잔다든지, 함께 걷던 주인이 바라보는 곳을 같이 바라보는 동작도 이때 가능하다. 수많은 견종들이 가진 고유의 성격을 유지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주로 금융업 광고에서 부유한 가정의 애완견으로 출연하는 골든레트리버는 평소에도 아이들과 놀고, 주인 옆에서 나른하게 지내게 하는 식이다. 황운영 소장은 “사나운 이미지로 나오는 셰퍼드나 도베르만은 평소에 자기들끼리 싸우고 우악스럽게 굴어도 야단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견종의 경우, 평소에 기가 죽으면 현장에서도 기가 죽는다고. 같은 이유로 ‘변견’의 경우는 “땅에서 뭘 주워먹든, 땅을 헤집고 놀든, 뒹굴든지 간에 신경 쓰지 않는다”. 전쟁영화에서 시체들이 널브러진 장면에서 자주 활용되는 까마귀에게 평소 익히지 않은 소고기를 먹이는 것도 같은 이치다.

와우펫의 애견훈련소에서 교육 중인 환희와 티엘. 아프간 하운드종인 이들은 이날 발레공연 출연을 앞두고 있었다. 발레리나와 함께 두 마리가 나란히 걷는 연기가 필요했다. 강성찬 실장은 “공연 출연의 경우, 공연 전 연습만이 아니라 본 공연 전에도 리허설을 거쳐야 실전에서 자극받지 않고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Q. 동물배우들은 출연료를 얼마나 받나? 정확히 말하면, 동물배우의 출연료가 아니라 훈련사의 인건비다. 따라서 촬영횟수와 출장거리, 훈련일수와 강도에 의해 정해진다. 동물배우는 한 마리가 아니라 비슷하게 생긴 여러 마리를 함께 캐스팅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동물의 건강상 교대로 촬영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같은 종류의 동물 중에서도 특정 연기를 더 잘하거나, 못하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황운영 소장에 따르면, <하울링>의 시라소니는 회차당 “보통 대졸 신입사원의 월급 정도”에 해당하는 출연료를 받았다. 특별한 훈련을 받아야 하기도 했지만, 출장과 야간촬영이 많았고 개봉 전까지 외부에 시라소니를 알리거나 다른 작품에 출연하지 않는다는 옵션도 있었다. 그외 포스터 촬영과 무대인사 참석 또한 출장과 조련이 필요한 만큼 따로 비용이 정산된다고 한다.

영화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배우들이 쓰는 계약서를 기본으로 하지만, 광고는 조금 다르다. 와우펫의 강성찬 실장은 “동물의 초상권을 인정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동물의 초상권이 없기 때문에 흔히 쓰는 모델 계약서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는 동일한 견종에서는 크게 변별력이 없다. 물론 대중적으로 유명한 ‘상근’이나 ‘마음’이 같은 애들은 브랜드를 인정받을 거다. 하지만 누군가가 상근이와 똑같은 그레이트 플래니즈종에다가 ‘상근이’라고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동물의 초상권 때문에 빚어진 분쟁과 그로 인한 판례가 없지만, 최근에는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도 특정 동물배우들과 전속계약을 맺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만약 동물배우들이 매니지먼트 업계에 진출한다면, 이름과 초상권에 대한 계약조항 또한 더욱 구체화될 듯 보인다.

골든레트리버종인 모카. 강성찬 실장이 먹이를 이용해 앞발을 들게 만드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골든레트리버는 훈련이 잘되기도 하지만 외모상 출연제의를 많이 받는 견종이다.

Q. 동물배우만을 위한 계약조항이 있다면? <하울링> 촬영 당시, 황운영 소장은 현장에 수의사가 상주할 것을 요구했다. 덕분에 시라소니는 힘든 촬영이 있을 때마다 수의사에게 건강상태를 체크받았고, 촬영현장 또한 그에 맞춰 진행됐다. 때로는 감독 대신 훈련사가 ‘컷’을 외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황 소장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촬영 당시 코끼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동물과 사람 모두 안전이 중요했기 때문에 김지운 감독과 협의해 위험한 장면에서는 내가 먼저 컷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울링>에서 ‘영화에 출연한 동물들은 안전한 환경에서 연기했다’는 자막을 넣은 것도 황운영 소장의 요구를 감독이 받아들인 경우다. <플란다스의 개>의 봉준호 감독, <전우치>의 최동훈 감독 또한 촬영의 위험도와 상관없이 이런 자막을 넣어주었다고 한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출연했던 개똥이. 현재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에 출연 중이다. 평범한 개처럼 보이지만 국내에 몇 마리 없는 ‘로첸’이란 견종이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촬영 당시 김석윤 감독이 ‘연기본좌’라고 불렀다.

Q. 내가 키우는 개나 고양이도 스타가 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일반인이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동물배우를 관리하고 공인된 애견훈련소에 자신의 개를 맡기는 것이다. 3, 4개월가량 훈련을 거치고 나면,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등록된 모든 개들이 출연 기회를 잡는 건 아니다. 강성찬 실장은 “동물배우는 필요로 하는 쪽에서 선택하는 게 약 70%”라고 말했다. 견종과 외모, 연기력에 따라 후보군이 나뉘고 그중에서 다시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이상, 출연 확률은 상당히 낮다. 골든레트리버나 셰퍼드, 도베르만처럼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활용되는 견종이나 <하울링>의 시라소니처럼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동물을 키운다면 확률이 좀더 높아질 것이다. 황운영 소장은 “나쁜 주인은 있어도 나쁜 개는 없다”며 “주인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커스패니얼이 말썽을 부린다거나, 비글이 자꾸 짖는다고 해서 윽박지르면 안된다. 그게 그 애들의 본성인 걸 어쩌겠나. 자기 동물이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도 끌어안고 사는 애니멀 홀더들도 이 일에는 어렵다. 기본 성품을 존중해줘야 연기 조율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배우와 마찬가지로 외모가 출중하고 연기력이 좋은 동물들이 모두 스타가 되는 건 아니다. 또 스타가 된다고 해도 본인이 훈련을 시키고 현장에서 연출하지 않는 이상, 아역배우들처럼 부모에게 많은 돈을 벌어주기는 힘들다. 앞서 설명했듯이 동물배우의 출연료는 곧 훈련사의 인건비이기 때문에 수익을 50:50으로 나눌 수 없다. 일반적으로 일정금액의 사례금을 주는 게 관례다. 만약 직접 훈련사가 되고자 한다면 관련 학과를 나와 KKC(Korea Kennel Club, 한국애견협회) 공인훈련사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훈련소에서 견습훈련사로 일하다가 소장의 추천을 받아 협회에 가서 시험을 보면 된다. 황운영 소장은 “훈련사 가운데 좋은 인프라를 만들고 연기를 특화해서 동물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적은 게 안타깝다”며 “영화와 동물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도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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