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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이소선 어머니에게 안겨봤으면 좋았을걸”
장영엽 사진 백종헌 2012-04-10

다큐멘터리 <어머니>의 음악 맡은 뮤지션 이아립

이아립의 음악은 치유의 음악이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말을 걸어오는 듯 나긋한 가사를 듣고 있자면, 삶에 치여 모서리가 생긴 마음이 둥글둥글해지는 기분이다. <버스, 정류장>의 음악으로 상처받은 소녀의 마음을 어루만지던 그녀의 목소리는 태준식 감독의 다큐멘터리 <어머니>에서 세상의 모든 딸들이 어머니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을 대신한다. 밴드 하와이의 1집 앨범 <<티켓 두장 주세요>>를 발매하며 어머니란 테마에 골몰해 있던 이아립에게 <어머니>, 그리고 이소선 여사와의 만남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태준식 감독의 섭외 비화를 전해들었다. 창경궁 근처를 걷다가 우연히 아립씨의 <바람의 왈츠>를 듣고 목소리가 마음에 들어 기억에 남았고, 또 다른 이유로는 이소선 어머니의 목소리가 괄괄해 그 톤을 아립씨의 목소리로 순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더라. =그 얘기, 나도 들었다. 순화가 좀 된 것 같나? (웃음)

-그런 것 같다. (웃음) 무엇보다 음악이 밝고 따뜻한 정서라 좋았다. ‘노동자의 어머니’라는 이소선 여사의 이미지에서 오는 무거움을 한결 덜어내주는 것 같다. =우선 태준식 감독이 그걸 원했던 것 같다. 밝고 가볍게. 그리고 나 역시 처음에는 이 어머니에 대해 내가 어떻게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무거운 생각도 있었지만, 이소선 어머니를 담은 영상을 전달받고 생각이 바뀌었다. 다른 분들과 다르지 않은 어머니 중의 한분이셨고, 자신의 삶을 남김없이 보여주며 있는 그대로 사시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런 느낌을 담고 싶다는 생각으로 곡을 썼다.

-<버스, 정류장> 중 소희의 테마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 <북극의 연인들>에 헌정하는 곡 <북극성>을 부르는 등 영화음악에 참여한 이력은 있지만 곡 작업은 <어머니>가 처음이다. =감독님에게 음악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을 당시, 나에게 테마가 어머니였다. 밴드 하와이의 1집을 엄마에게 헌사하는 앨범으로 만들었을 때인데, 감독님에게 영화 제목을 물어보니 <어머니>라는 거다. ‘이 사람이 내 생각을 어떻게 알았지?’ 하며 혼자 놀랐다. (웃음)

-당시 어머니가 테마였던 계기가 있었나. =늘 엄마의 모습이 나의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왔다. 보통 딸들이 엄마에게 불만이 많잖나. 이건 좀 이렇게 해, 아프니까 몸 조심하고. 이런 잔소리를 왜 많이 할까 생각해보니 엄마가 나의 거울 같은 존재이니, 좀더 예쁘고 반짝반짝하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엄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어머니>의 음악은 오리지널 스코어인 <소선의 테마>와, 하와이 1집을 포함해 기존 앨범의 수록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곡은 어떤 방식으로 했나. =선곡은 100% 감독님이 하셨다. 내가 선곡했다면 내 노래를 이렇게 많이 못 썼을 거다. 내 음 악이 모두 가사가 있는 노래잖나. 다른 감독님이었다면 영화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가사 없는 음악, 효과음을 썼을 텐데. 태준식 감독님이라 가능했던 선곡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내레이션과 끊길 듯 끊기지 않는 아립씨의 노랫말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게 이 영화의 매력 같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때에 따라 음악의 소리를 키우고 줄이는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서 한편으론 쑥스러웠지만 한편으론 굉장히 짜릿했다.

-이소선 어머니의 영결식에 흐르는 <소선의 테마>는 어떻게 작업했나. =어머니가 한 송이 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꽃의 향기로 남아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고, 그 향기로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그런 느낌이 들어 어머니를 꽃에 비유하는 마음으로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었다. 단숨에 작업한 노래였다.

-영화의 말미, 밴드 하와이의 노래 <엄마>를 전태삼씨, 배우 홍승이씨가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감독님께서는 나에게 선물하는 느낌으로 연출한 장면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웃음) <엄마>는 어머니를 향한 딸의 연가다. 젊은 시절의 엄마와 지금의 내가 만난다면 정말 친한 친구가 되겠다는 생각을 담아 만든 노래다. 보통 딸들이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흘리는데, 그보다 더 기쁘게 엄마를 얘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고 영화의 엔딩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곡인 것 같다. 무엇보다 다른 분들이 <엄마>를 부르니 재미있더라.

-이소선 어머니를 만나뵌 적이 있나. =없다. 정말 뵙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뵌 게 영정 사진이었다. 감독님과 미팅을 잡은 날 어머니가 쓰러지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한번만 안겨봤으면 좋았을걸. 그랬다면 어머니도 좋아하시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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