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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그저 금단 증상 때문일 거야
문석 2012-04-23

3박4일 동안의 입원이었을 뿐인데 아주 오랫동안 아주 멀리 다녀온 것 같다. 회사 오는 길이 그렇게 낯설 수 없었고, 사무실 분위기가 어색하기 짝이 없으며, 매주 했던 마감이 거의 불가능으로 느껴진다(특히 지금 이 글이야말로…). 약간의 수술 후유증보다는 가장 극렬하다는 4일째의 니코틴 금단 증상이 온몸을 휘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병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현실감을 떨어트리는 건지도 모른다. 시시한 수술이라 해도 신경이 안 쓰일 리 없으며 수술 뒤 통증도 아예 없지는 않았고 퇴원 즈음에는 병원비도 은근히 걱정됐던 탓에 아무리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뉴스를 들여다본다 해도 바깥세상에 진지한 관심을 쏟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병원에서 ‘<미스터 K> 이명세 감독 하차설’ 기사를 봤을 때 별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도 그런 탓이었겠지만 막상 출근해서 보니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사실 충무로에서 ‘감독 하차’ 또는 ‘감독 교체’가 아주 드문 경우는 아니다. 얼마 전 <미스고>에서 하차한 정범식 감독이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찍다 물러난 안권태 감독이 그랬고 <비밀애> 촬영 도중 교체된 권지연 감독이나 <세븐 데이즈>의 전신(前身)이라 할 수 있는 <목요일의 아이>에서 퇴진한 윤재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각각의 이유와 상황은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교체 대상이 신인이거나 영화 한두편을 만든 신진급 감독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명세 감독급이 중도 하차한 경우는 없었다는 말이다. 물론 신진급 감독이 하차하는 게 정상이란 말은 아니지만 그 정도의 대가급 감독이 하차한다면 이건 보통 이상스런 일이 아니다.

그래서 김성훈 기자에게 물어봤더니 ‘하차’가 아니란다. 제작사와 감독의 의견 차이가 있었고 이 때문에 촬영이 중단됐지만 현재 촬영 재개를 놓고 논의 중이라는 얘기다. 그럼 그렇지,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데 무언가 찜찜하다. 이명세 감독이 남긴 말 때문이다. 그는 김성훈 기자와의 통화에서 “감독의 창의성을 저하시키는 대기업의 독과점”을 지적했다. 제작사인 JK필름이 아니라 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겨냥해 비판의 화살을 날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세 감독의 촬영분을 본 CJ가 JK를 통해 문제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감정이 격앙됐고 ‘하차’ 같은 극단적인 이야기가 등장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이번 일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몰라도 이상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이미 감독과 제작사, 투자사가 시나리오부터 영화 스타일까지 모두 합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주얼리스트’ 이명세 감독이라면, 이전 영화들에서 약간씩 트러블을 빚었던 그의 영화라면 당연히 계약 때부터 그렇게 철저하게 합의했을 것이란 게 나의 추측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음… 머리가 아프다. 아마 니코틴 금단 증상 때문이겠지.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원만한 합의와 정상적 촬영 재개를 간절히 희망하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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