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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는 뭔가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르마딜로>

매드 미니와 다니엘 웰비는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지원한 어린 병사들이다. 질펀한 파병 전야 파티도 즐기고 가족들과 눈물 어린 포옹도 나눈 그들은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에 자리한 아르마딜로 기지로 떠난다. 그리고 그들이 헬기에서 내리자 그들의 상관이 될 인물이 환영인사를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아주 흥미로운 시간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그 말을 들은 그들은 묘한 흥분에 휩싸인다. 하지만 현실은 잠잠하다. 뜨거운 태양열이 낮공기를 덥히고, 나른해진 병사들은 이국의 농경지를 바라보며 무슨 일이든 벌어지기만을 기다린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그들이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는 곳은 전쟁터 한가운데다. 그러므로 그들이 기다리는 ‘무슨 일’이란 곧 전투다. 결국 올 것은 온다. 폭탄이 터지고, 몇몇 병사들이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에 맞아 쓰러지고, 혼란에 빠진 다른 몇몇 병사들이 나무 아래 숨어 있던 탈레반 4명을 발견하고 처참하게 살해한다. 그러고 나면 다시 고요가 찾아온다. 하지만 병사들의 마음속은 그때부터가 전쟁이다. 자신이 저지른 짓을 부인하고 싶든 세상에 떠벌리고 싶든 전쟁의 기억에 정신을 꽁꽁 묶인 채 고국으로 돌아온다.

이것은 모두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그러니까 <아르마딜로>는 다큐멘터리라는 말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극장을 찾는다면 캐스린 비글로의 <허트 로커>나 브라이언 드 팔마의 <리댁티드>처럼 완성도 높은 전쟁영화를 한편 보았노라며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극장 밖을 나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알고 극장을 찾는다면 다를 것이다. “전쟁에는 뭔가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감독의 말처럼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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