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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승부욕으로 한걸음 더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2-05-07

배두나

가만히 셈해보니, <코리아>는 배두나가 <괴물> 이후 6년 만에 출연하는 한국영화다. 그사이 배두나는 두편의 드라마(<공부의 신> <글로리아>)에 출연했고, 외국에서 두편의 영화(<공기인형>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찍었다. 그녀는 그렇게 꾸준히 관객의 시야에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코리아>를 통해 만나는 배두나는 이상하게도 참 반갑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영화의 주인공이라니. 전형적인 캐릭터에 올라탄, 조금은 배두나답지 않은 모험이 그녀의 연기를 더욱 기대하게끔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제가 참 희한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은 이런 걸 가장 빨리 경험했을 법한데, 이게 웬일이야. 인형으로도 출연했는데 오히려 실화가 처음이라니! (웃음)”

<코리아>에 뛰어드는 순간 배두나는 리분희가 돼야 했다. 그리고 리분희가 된다는 건 곧 스카이 서브와 백핸드에 능한 왼손잡이 셰이크핸드(악수하듯 라켓을 쥐는 것) 탁구 선수가 되는 것을 뜻했다. 배두나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탁구부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오른손잡이에 펜홀더(펜을 쥐듯 라켓을 쥐는 것)인 그녀는 <코리아>를 찍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탁구를 배웠다. 탁구 연습을 하느라 발톱이 빠진 일은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너무 우려먹은” 일화가 되어버렸다. “연습을 하는데 이상하게 발이 아픈 거예요. 보니까 발톱이 들려 있는 거죠. 현정화 (탁구)감독님께 발톱이 빠졌다고 하니까 ‘난 발톱이 없어, 그냥 연습해’라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탁구 선수들도 발톱 빠지는 일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요.” 엄살을 부릴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고 배두나란 배우도 괜스레 엄살 떠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승부욕이 그녀를 전진시켰다. 상대방을 제압하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아니라 자신이 발을 담근 이상 어떤 결실이든 맺어야만 한다는 다짐으로서의 승부욕이 일었다. “단적인 예로, 최근에 동생이 결혼했어요. 부케를 받을 싱글 레이디들 나오라고 했는데 사람들이 쭈뼛거리면서 안 나오는 거예요. 저도 싱글 레이디이고, 바람을 좀 잡아야겠다 싶어서 앞으로 나갔어요. 그러니까 몇명이 따라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부케가 던져지는 순간 본능적으로 이거 내가 잡아야 된다 싶어서 확 낚아챘어요. 내쪽으로 날아온 것도 아닌데 손을 뻗어서. 잡고 나서 바로 후회했죠. 동생이 ‘누나 미쳤어?’ 그러는데 너무 창피하고. (웃음)”

<코리아> 촬영장에서도 승부욕이 이상한 방식으로 발현돼 고생깨나 했다. 배두나는 촬영장에서 ‘푼수’가 되는 걸 즐긴다. 스탭들 앞에서 마이크 잡고 노래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 메이커. 그런데 중국과의 결승전 촬영장면이 이어진 몇주간은 그럴 수가 없었다. 리분희와 배두나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정화(하지원)가 어렵게 결승전까지 팀을 끌고간 건데, 거기서 덩야핑을 상대로 제가 졌어요. 저는 리분희인데, 맏언니인데, 이겨야 하는데 진 거죠. 미칠 것 같더라고요. 그때부터 괴로운 감정이 쌓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사람들은 제가 왜 괴로워하는지 잘 몰라서 ‘넌 그렇게 감정 컨트롤이 안되냐’고 하더라고요. 그때 전 분희가 돼서 자존심이 상했던 거예요. 제가 제 분에 못 이겨서…. 제가 생각해도 그땐 반 미쳐 있었어요.”

배두나는 그렇게 자신에게 가혹하게 굴면서 완벽에 가까워지려 하는 배우다. 워쇼스키와 톰 티크베어 감독이 연출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하반기 미국 개봉 예정)를 촬영하면서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도 “Too hard on yourself”(너 자신에게 너무 혹독해)였다고 한다. 독일 베를린에서 4개월간 진행된 촬영은 지난해 12월21일에 끝이 났고, 23일에 모든 스탭이 해산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최고였어요! 그 촬영현장은 아마 전무후무한 기억이 될 거예요. 일단 감독님이 너무나 천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냈고 굉장히 많은 배우들(톰 행크스, 휴 그랜트, 할리 베리 등)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인간적이에요. 세계적인 톱배우들은 여유가… 어우.”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 다만 좋아하는 일을 하며 현재를 즐긴다는 배두나는 그래서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놓고 있지 않다. 다만 그녀는 나이가 들수록 주위 사람들에게 뿌듯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코리아’에 이런 배우가 있어 참 뿌듯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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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박세준·헤어 가영(고원)·메이크업 고원혜(고원)·의상협찬 마이클코어스, 발렌티노, tibi by ATCOAT, 마르니, UGG, 슈콤마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