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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시간여행이다!” <맨 인 블랙3>

<맨 인 블랙> 시리즈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 영화에서 케이 요원(토미 리 존스, 조시 브롤린)과 제이 요원(윌 스미스)이 상대할 악당은 1969년 케이 요원과의 대결 중 한손을 잃고 달 감옥에 감금되었다가 지구로 탈옥한 외계인인 ‘짐승 보리스’. 지구에 도착한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케이 요원을 살해하고 케이가 만든 지구의 방어막을 제거한다. 케이가 사라진 것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제이가 변화된 시간대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이때를 노린 외계인 전함들이 날아와 뉴욕시를 공격한다. 이제 지구를 멸망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보리스가 타고 간 것과 같은 타임머신을 이용해 1969년의 과거로 돌아가 케이 요원과 힘을 합쳐 보리스의 음모를 막는 것이다.

<맨 인 블랙3>는 마치 “이번엔 시간여행이다!”라고 외치는 것 같은 영화이다. 시리즈가 3편까지 이어졌다면 프리퀄이나 주인공의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나올 때도 되었으니, 시간여행이라는 과격한 방법을 이용한 걸 제외하면 나름 정석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이 방법은 액션을 하기엔 다소 나이가 든 케이 역의 토미 리 존스를 잠시 밀어내고 비교적 젊은 조시 브롤린을 끌어들여 젊은 시절의 케이를 연기시키는 편법을 가능하게 한다.

과거로 주인공을 보내자 시대물과 SF의 결합이 가능해진다. 인종차별과 성차별, 히피와 같은 시대묘사가 등장하고, 앤디 워홀과 팩토리처럼 구체적인 인명과 장소가 <맨 인 블랙3>의 우주적 농담을 위해 동원되기도 하며, 아폴로 11호 발사가 영화 스토리의 중요한 일부가 되기도 한다. 익숙한 MIB의 장치들이 과거의 핑계를 대고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다.

용감한 주인공이 멸망하는 지구를 구하는 모험담이고 심지어 이번 편은 아이맥스에 3D를 내세운 블록버스터인 척하지만 앞의 두 영화들이 그랬듯, <맨 인 블랙3>는 시치미 뚝 떼고 우주적인 농담을 하는 조촐한 소품이다. 일반적인 외계인 지구 침공 영화라면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부으며 공들여 묘사했을 침략장면은 초반 몇분 동안 가볍게 등장할 뿐이고, 그 뒤에 벌어지는 소동도 특수효과나 스케일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 타임머신을 통해 오가며 만들어내는 혼란을 정리하며 미로의 구축에 더 집중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액션이나 서스펜스, 스펙터클이 아니라 시공간을 멋대로 뒤집어엎고 미국 대중문화의 괴상함을 몽땅 외계인 음모론 탓으로 돌리는 코미디의 연속이다.

영화를 진짜로 지탱하는 것은 오래 묵은 버디영화 시리즈의 푸근함이다. 중간에 주연배우 중 한명이 퇴장하는 괴상한 상황이 발생하지만 제이와 케이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깊다. 과거로 돌아간 제이를 통해 관객은 지금까지 겉모습만 알아왔던 케이의 보다 깊은 속사정에 대해 듣게 되고, 액션이 진척되는 동안 이전에 알고 있었던 것보다 그들이 훨씬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이 서로의 관계를 재확인하는 마지막 장면에는 앞의 두편에서 보았던 반전은 없지만 15년의 세월 동안 익숙해진 오랜 친구와 같이 식사를 하는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립 톤과 같은 고정배역들이 빠지고 토미 리 존스 역시 현대 파트에만 등장하기 때문에 시리즈에 익숙한 관객의 눈에는 군데군데 구멍이 보이기도 하지만, 새로 들어온 에마 톰슨과 조시 브롤린은 이 빈자리를 별 무리없이 채워준다. 특히 젊은 시절의 케이를 연기하는 조시 브롤린의 능청맞은 토미 리 존스 흉내는 일품이다. 물론 윌 스미스는 언제나처럼 윌 스미스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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