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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마을’의 일상 <그리움의 종착역>

1960년대 이후 한국의 여성들이 간호사로 독일에 갔다. 이들은 독일인과 결혼을 했지만 고향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30년 뒤 고향을 그리워한 세명의 한국 여성이 독일인 남편과 함께 경남 남해의 ‘독일마을’에 정착한다. <그리움의 종착역>은 그 세쌍의 부부의 모습과 일상의 단면을 담아낸다. 그리워하던 고향에 돌아왔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약속받았던 보건과 복지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마을이 관광지화되면서 관광객이 수시로 그들의 보금자리를 침범하며, 주말이나 성수기 때는 마을 앞 도로가 차와 사람들로 넘쳐난다. 명칭만 독일마을이지 독일인은 세명의 남편이 전부다. 고향을 떠나온 그들은 낯선 땅에서 철저히 이방인으로 존재한다. 한 독일인 남편은 자신들을 산에 사는 염소에 비유한다. 오랜 세월 동안 독일 문화에 적응하며 살아왔던 한국인 여성들에게도 다시 찾은 한국에서의 생활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한 여성은 한국에서 태어났을 뿐 독일에서 37년을 융화해 살았기 때문에 자신은 철저하게 독일식으로 사고한다며 밀가루 반죽을 저울에 올려놓고 정확하게 60g을 맞춰서 자른다.

영화는 다시 찾은 고향에서의 기쁨과 희열, 만족감을 중심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화의 많은 부분을 독일인 남편들의 일상이 차지하며, 그들이 생각했던 편안한 노년의 생활이 아닌 고독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삶의 모습을 그려낸다. 독일에서나 한국에서나 그들은 여전히 이방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소통하지 못하고 고독한 생활에 대해 감정의 무게를 높인다거나 그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였던 인간의 이기와 산재한 많은 문제점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비판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거리를 유지하며 그냥 그것을 보여줄 뿐이다.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일상이다. 개에게 물을 주고 지붕을 관리하고 절에 가서 기도하는 등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담아낸다. 그것은 그냥 존재하고 있는 일상이다. 영화의 힘은 그곳에서 나온다. 영화는 그들의 일상과 함께 자연 풍광, 거리 모습, 마을 풍경을 보여준다. 굳이 인간의 판단이나 가치, 인간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자연의 변화 속에 존재하는 우리 삶의 일상을 통해 영화는 산다는 것에 대해, 인간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움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영화는 그 종착역을 찾아가려는 듯, 아니면 세쌍의 부부가 이미 거쳐갔음직한 그 여정의 거리를 따라가려 듯 남해까지 가는 과정을 쭉 보여주며 시작한다. 감독은 이미 그리움의 종착역은 어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대답을 알고 있는 감독은 대상을 넘어서 독일마을을 찍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순환, 계절의 순환, 그리고 그들 인생의 순환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에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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