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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아이돌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2-06-19

< I AM. >의 최진성 감독

무려 한달 넘게 걸렸다. 원래 <I AM.> 개봉일은 지난 5월10일이었다. 그러나 기자시사 하루 전날인 4월29일, 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서 개봉 연기를 알리는 보도메일을 보냈다. “사운드 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때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듣기 위해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이창현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아무래도 공연장면이 많다보니 사운드를 보강해 관객에게 제대로 된 콘텐츠를 제공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아이돌의 성장담’이라는 영화의 줄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운드를 매만진 <I AM.>이 6월21일 개봉을 다시 확정했다. <뻑큐멘터리- 박통진리교> <동백꽃> <히치하이킹> <저수지의 개들 take1. 남한강> <Jam Docu 강정> 등 그간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끄집어내 풍자해왔다가 CJ라는 거대 스튜디오에서 첫 상업영화를 만든 최진성 감독을 만났다.

-원래 개봉일이 지난 5월10일이었다. 당시 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보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사운드를 좀더 보강할 필요가 있어 개봉을 연기하게 됐다”고 했다. =음악영화다보니 사운드 퀄리티를 높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한번 개봉 연기를 하고 나니 이미 다른 영화들의 개봉 라인업이 꽉 차 있었다. 날짜를 다시 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극장판과 감독판 두 버전을 2주 간격으로 차례로 개봉한다고 들었다. =극장판 러닝타임은 1시간58분이고, 감독판은 2시간9분이다. 두 버전의 내용은 거의 비슷한데, 극장판은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과 도쿄 공연 실황 위주이고, 감독판은 32명의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히스토리가 담긴 내용이다. 공연만 놓고 보면 극장판에 소녀시대의 <GEE>와 슈퍼주니어의 <돈 돈!> 등 두곡이 추가됐다. 공연 실황과 아이돌의 현재를 보고 싶은 관객은 극장판을, 아이돌의 과거와 성장 과정을 보고 싶은 관객은 감독판을 보면 될 것 같다.

-감독판은 원래 계획된 건가. =프리 프로덕션 때부터 감독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감독 버전은 극장판 개봉인 6월21일로부터 2주 뒤인 7월 첫쨋주 개봉예정이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20개관 정도 개봉을 생각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을 원래 좋아했나. =소녀시대를 좋아했다. (웃음) 영화를 찍은 지금은 샤이니에 관심이 많다.

-샤이니는 남자 그룹 아닌가. =모두 열심히 노력하지만 샤이니는 정말 열심히 한다. 촬영하는 동안 그걸 보고 감동받았다.

-당신을 잘 아는 영화인들은 최진성이 아이돌 그룹을 소재로 한 작품을 한다는 소릴 듣고 놀라더라. =내게도 그런 말을 하더라. 원래 아이돌에 관심이 있었냐고? (웃음)

-<I AM.> 프로젝트는 어떻게 제안받았나. =지난해 6월 SM은 <SM Town Live in Paris>라는 파리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K-POP 시장이 처음으로 동남아시아를 벗어나서 치른 공연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SM 소속 아티스트들이 아시아 최초로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을 했다. 이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던 SM은 CJ엔터테인먼트에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줄 것을 제안했고, 내게 이 프로젝트의 연출 제안이 들어온 것도 그때다. 제안이 들어오자마자 10분 만에 ‘오케이’를 했다.

-그렇게 빨리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SM에 소속된 아티스트가 총 7개팀 32명이다. 정말 많은 숫자다. 많아서 좋았다가 아니라 힘들 것 같았다. 창작 의욕을 불사르고 싶었다. CJ와 SM에 요구했던 원칙은 크게 하나다. 소녀시대, 샤이니, 동방신기 등과 같은 팀 단위가 아닌 소녀시대의 태연,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등과 같은 32명의 ‘사람’들을 다루겠다는 거였다.

-한편의 영화에 32명은 너무 많은 숫자가 아닌가. =그렇지. <오션스 일레븐>도 아니고. (웃음) 총 9대의 카메라가 이들을 따라다녔다. 뉴욕 공연 때는 20대의 카메라가 공연 실황을, 9대의 카메라가 백스테이지를 촬영했다. 이 밖에도 아티스트 32명에게 각각 한대의 스마트폰을 주면서 셀프 카메라를 찍게 했다. 카메라맨들에게 요구했던 건 하나다. “기분이 어때요?”, “많이 힘들죠?” 등 방송 프로그램이 이들을 담는 방식처럼 대상에게 말을 걸지 말고 자연스럽게 따라다니라고 했다.

-방송이 익숙한 사람들이라 카메라를 크게 의식하진 않았을 것 같다. =맞다. 모두 프로페셔널인 까닭에 촬영하는 컨셉과 설정만 설명해주면 알아서 잘하더라. 재미있었던 건 32명을 각각 따로 인터뷰할 때였다. 보통 이들은 팀을 이뤄 방송에 출연하잖나. 가령, “안녕하세요. 소녀시대입니다”라고 시작하는 이런 인터뷰에서 누구는 말을 많이 할 때도 있지만 또 누구는 방송 내내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혼자서 인터뷰하는 것을 제법 어색해하더라. 그들에게 물어본 건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거였다. ‘소녀시대의 태연과 실제 본명인 김태연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같은 질문 말이다. 이 질문을 통해 ‘이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제목이 <I AM.>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32명의 정체성을 통해 <I AM.>이 말하고 싶은 건 뭔가. =<빌리 엘리어트> 같은 성장드라마다. 이 아이들이 한번에 뚝딱 만들어진 게 아니라 피나는 연습을 한 결과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돌 하면 ‘상품, 가볍다’ 같은 선입견이 있잖나. 적어도 내가 본 이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때 SM에 요구한 것이 있다. 지난 15년 동안의 오디션, Mnet 출연 영상을 비롯해 지금까지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 연습 영상, 셀프 카메라 등 이들의 성장 과정을 담은 영상물을 전부 달라고 했다. 연출부 8명과 함께 5천여개에 달하는 테이프를 전부 보고 후반작업에서 재배열, 재구성했다.

-어떤 점에서 <I AM.>은 아이돌의 과거와 현재 모두를 기록한 아카이브로서의 역할을 하는 작품 같다. =결국 아카이브가 이 작품의 목적이다. 소녀시대의 과거를 담은 영상이 모두 담겨져 있는 까닭에 이 작품은 나름 ‘레어 아이템’이기도 하다. (웃음) 그게 <I AM.>이 단순한 성장영화와 다른 점이다. 사실 4일간의 SM 뉴욕 공연은 내게, 이 작품에,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아이돌의 과거와 현재를 한 프레임에 담은 장면은 흥미롭더라. =영화에 그런 장면이 있다. 샤이니의 태민과 SM 오디션을 볼 때 춤을 추는 어린 태민이 CG로 한 화면에 담긴 장면이다. CG 촬영날, 태민에게 미리 어린 시절 자신의 오디션 영상을 보여줬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다. 당황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춤을 추고 있는 어린 시절 자신의 옆에서 태민이 함께 춤을 추더라. 아, 이 친구들은 그냥 한순간에 만들어진 게 아니구나 하는 걸 그때 느꼈다.

-그간 당신은 영화의 형식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그 점에서 <I AM.>은 형식적으로 어떤 영화인가. =디지털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6mm, 디지베타, CCTV 영상, 스마트폰 등 현존하는 디지털의 포맷을 활용해 SM 아티스트들을 담아냈다. 디지털 포맷의 역사가 전부 담긴 디지털영화라고나 할까.

-해외 7개국에 선판매됐다. =6월2일 일본에서 먼저 개봉했다. 일본의 대표 멀티플렉스 중 하나인 신주쿠 Wald9에서 개봉 첫주 스크린당 200만엔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5월18일에는 인도네시아에서, 5월25일에는 대만에서, 5월31일에는 싱가포르에서, 5월18일에는 홍콩에서 개봉했다.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지만 모두 좋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하더라.

-그간 독립영화, 실험영화 등 작은 규모의 영화를 만들어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CJ라는 거대 스튜디오 안에서 작업했는데, 어땠나. =스튜디오 밖에서 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자본의 여유가 있다보니 머릿속에서 구상하는 것들을 시도하는 데 유리했다. 가령,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는 예전에는 혼자 혹은 두세명이 이것저것 독불장군식으로 결정했다면 스튜디오 작업은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협업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그간 작업해온 작품을 떠올리면 <I AM.>은 다소 낯설다. =박정희나 4대강이나 제주도 강정이나 아이돌 그룹이나 모두 동시대의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동시대성이야말로 나의 관심사다.

-차기작은 뭔가. =CJ엔터테인먼트에서 장편 극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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