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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거짓말 < MB의 추억 >
이영진 2012-10-17

“나는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없는지 알고 있다.” 김재환 감독은 전작 <트루맛쇼>에서 맛집 조작의 뒷거래 현장을 몰래카메라로 생포했다. <MB의 추억>에서도 거짓말하는 TV가 등장한다. 맛집이 대통령 선거로, 소비자가 유권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2007년 12월19일 대선을 앞두고 MB는 ‘준비된 경제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전국 각지를 돌며 유세 중이다.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이른바 ‘747’공약을 내세운 MB는 과반수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확보하며 대통령에 당선된다. 5년이 지난 지금, MB가 내놓은 공약 중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다. 되레 국민이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했다. 3년 동안 22조원을 퍼부어 4대강을 파헤쳤고, 불법 민간인 사찰도 서슴지 않았다. 물가는 곱절로 뛰어올랐고,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학생들에겐 물대포로 화답했다. ‘살려주이소, 살려주이소’, 국민의 애원 따윈 아랑곳하지 않았다. <MB의 추억>을 방송사의 시사 고발 다큐멘터리쯤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김재환 감독은 5년 전의 공약을 MB에게 들이밀고서 왜 거짓말했느냐고 따져묻는 식의 순진한 비판을 행하지 않는다. 거짓말은 애당초 거짓말이었다. <MB의 추억>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들은 대통령 만들기에 골몰하는 미디어와 이미지 정치에만 골몰하는 정치인들의 암묵적이고 추악한 결탁의 순간들을 카메라가 집요하게 보여줄 때다. 군부대를 방문한 대통령 후보 MB가 장병들의 군가를 마지못해 들으면서 입안의 음식물을 쉬지 않고 오물거리는 장면은 기존의 미디어라면 절대로 보도하지 않을 장면일 것이다. 재래시장 출신이라며 시장에서 앙꼬빵을 직접 만들어 팔고, 노동자 출신이라며 달동네에서 연탄을 배달하고, 친서민 이미지 연출을 위해서 연기자의 동선까지 체크하는 예비 ‘가카’의 안간힘을 클로즈업할 때 5년 뒤의 재앙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하지만 겉과 속이 다른 MB를 보면서 마냥 웃어젖힐순 없다. 김재환 감독은 MB의 목소리를 모사한 내레이션을 삽입해 MB가 5년 전 흘렸던 악어의 눈물이 실은 국민을 무지하고 우매한 무리라고 여기는 조소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하지만 그보다 섬뜩한 건 따로 있다. “이명박 혼자서도 다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들이 5년 동안 현 정부의 실정을 두고 그 많은 일을 어찌 혼자서 할 수 있겠느냐며 두둔하고 동정할 때다.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거야.” <MB의 추억>은 나치의 나팔수였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궤변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MB의 추억>은 궤변이 기생하고 거짓말이 근거하는 이데올로기의 구조를 파헤치는 다큐멘터리다. 2012년 12월19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거짓말을 가려내기 위해 일람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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