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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시네필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이름들

2012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 현재와 미래의 거장 그리고 배우의 재발견

씨네큐브에서 11월29일부터 12월5일까지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이 열린다. 페스티벌은 세개의 섹션으로 구분되는데, 세계적 거장감독의 작품 5편이 첫 번째 섹션에 선정되었다. 미하엘 하네케, 켄 로치, 크리스티안 문주, 토마스 빈터베르그,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주인공이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무려 13년 만에 장편영화로 돌아왔다. 두 번째 섹션은 주목받는 5명의 신예감독을 소개하는 5편의 영화로 꾸며진다. 아직 국내에서는 덜 친숙한 이름이나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감독들이다. 그런 만큼 노장감독과는 다른 패기와 감각으로 무장된 작품들이 선보인다. 마지막 섹션은 배우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6편이 소개된다. 키라 나이틀리, 주드 로, 헬렌 헌트, 매즈 미켈슨, 루이즈 브루고앙, 엘로이즈 로렌스 등 비교적 익숙한 이름도 있고 아직 낯선 이름도 있지만 머지않아 시네필 리스트에 각인될 배우들이다. 자세한 상영시간표는 143쪽 게시판 참조.

<아무르>

<아무르> 감독 미하엘 하네케 / 출연 장 루이 트랭티냥, 에마뉘엘 리바 / 127분 <하얀리본>의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신작으로 노년과 죽음의 문제를 다룬다. 음악인으로 평생 살아온 노부부는 서로 의지하며 평온한 노년의 삶을 보내고 있다. 갑자기 발견된 아내의 혈관 질환은 결국 반신불수로 이어지고 노부부의 생활은 이전과 달라진다. 남편은 아내를 정성껏 돌보며 둘 사이에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려 애쓴다. 주로 식탁과 침대를 오가는 생활을 담은 화면은 느린 호흡으로 이어진다. 죽음을 기다리는 이의 시간답게 화면의 시간도 조용히, 무게있게 흘러간다. 뇌수술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절대로 병원에는 입원시키지 말라고 남편에게 부탁한다. 평화롭고 품위있게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은 아내의 소망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남편은 아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사랑에 관한 영화는 많지만 정말 ‘사랑’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맞는 영화다.

<앤젤스 셰어>

<앤젤스 셰어> 감독 켄 로치 / 출연 폴 브래니건, 존 헨쇼 / 101분 ‘앤젤스 셰어’라는 말은 위스키가 공기 중에서 없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생산된 위스키의 극히 일부는 공중으로 휘발되는 것이다. 이런 제목이 붙은 까닭은 주인공 로비가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 때문이다. 동네 건달 로비는 싸움질로 즉결 재판에 회부되고 사회봉사명령을 받는다.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사회 곳곳을 다니던 중 위스키 공장에 들르게 된 로비는 거기서 앤젤스 셰어 현상에 대해 알게 된다. 로비는 우연히 참가한 위스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놀라운 재능을 보인다. 로비의 능력을 알게 된 친구들은 그에게 돈벌이가 될 일을 제안하고 로비는 고민에 빠진다. 여자친구와 갓 태어난 아이를 부양해야 할 그는 딜레마에 빠진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켄 로치 감독은 전작들보다 훨씬 경쾌한 스타일로 이번 영화를 연출했다.

<신의 소녀들>

<신의 소녀들> 감독 크리스티안 문주 / 출연 코스미나 스트라탄, 크리스티나 플루터 / 150분 낙태를 소재로 한 극사실주의적 작품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을 만들었던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은 이번에 한적한 수도원을 공간으로 택했다. 알리사는 함께 고아원에서 자란 보이치타를 찾아 루마니아로 돌아온다. 독일로 떠났던 알리사와 달리 보이치타는 수녀의 삶을 선택했다. 성년이 되면 고아원을 떠나야 하기에 이들이 선택할 길은 많지 않다. 알리사는 보이치타에게 함께 독일로 가자고 제안하나 수도원 원장 신부는 이를 허락지 않는다. 외부에서 온 알리사의 눈에 수도원 식구들의 행동과 사고는 모두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철처히 원칙적인 생활을 한다고 자부하는 그들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볼 때는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삶일 뿐이다. 알리사와 수도원의 갈등은 점차 깊어지고, 급기야 악마를 물리치는 의식을 행하기에 이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 역시 문주 감독의 전작처럼 섬세하고 세밀하게 인물의 행동과 내면을 좇는다.

<테이크 쉘터>

<테이크 쉘터> 감독 제프 니콜스 / 출연 마이클 섀넌, 제시카 채스테인 / 120분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는 이야기다. 평온한 시골 마을의 가장 커티스는 어느 날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꿈을 꾼다. 처음에는 그저 빗방울이 떨어지는 정도였던 꿈은 점차 폭력적으로 변하고 집과 가족을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반복되면서 구체화되는 꿈 때문에 커티스의 불안은 커져가고 급기야 가족들이 숨을 수 있는 지하 쉼터를 만들 계획까지 세운다. 스스로 자신의 증상이 정신적인 장애라는 것을 인식하지만 도움을 받고 개선하는 일은 쉽지 않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 휘몰아치는 토네이도는 바로 불안이다. 그러나 비참한 것은 불안은 원인도 모르게 느닷없이 들이닥친다는 점이다.

<섀도우 댄서>

<섀도우 댄서> 감독 제임스 마시 / 출연 클라이브 오언, 에이드리언 라이즈보로, 질리언 앤더슨 / 101분 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의 분쟁은 몇 십년간 지속된 문제로 영화로도 끊임없이 만들어졌다. 이 영화도 같은 맥락에 있으나 색다른 시선이 가미되어 있다. 1973년 콜레트는 아버지의 담배 심부름을 남동생에게 떠넘기고 구슬 목걸이를 꿰며 동생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벌어진 총격전에 동생은 시체가 돼 돌아오고 아버지는 콜레트 앞에서 방문을 닫아버린다. 20년 뒤 죄책감에 시달리며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콜레트는 IRA 단원으로 활동하지만 살상에 대한 또 다른 죄책감은 임무 수행을 방해한다. 영국 정보국에 잡힌 콜레트는 스파이 제안을 받는다. 노모와 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영국 정보국에는 또 다른 스파이가 있었고 콜레트는 일종의 미끼였다. 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의 오래된 앙금은 누구도 속 시원히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풀어야 할 숙원이 서로 쌓여서 폭력에 대한 질타도 간단하지 않다.

<마린>

<마린> 감독 멜라니 로랑 / 출연 멜라니 로랑, 마리 드나르노, 데니스 메노세 / 95분 리사는 어려서 우주비행사, 공주 등 다양한 꿈을 꾸지만 단 하나의 꿈을 이뤘다. 바로 여동생을 갖는 것이다. 리사는 입양된 마린을 친자매보다도 아끼고 사랑하며, 둘은 싸움 한번 하지 않고 성장한다. 엄마, 자매는 행복한 일가를 이루고 살고 있다. 운명처럼 사랑이 찾아올 거라고 믿는 마린에게 정말 운명의 남자가 비를 맞으며 뛰어든다. 레스토랑 비평을 하는 알렉스는 비를 피해 마린의 서점으로 뛰어들고,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남다른 자매애를 갖고 있는 리사는 마린의 연애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남자와 연애에 대해 부정적인 리사의 영향으로 둘은 헤어지는데, 마린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런 마린을 매일 병문안 오는 알렉스의 모습에서 진심을 읽은 리사는 둘의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비기너스>에 출연했던 멜라니 로랑의 감독 데뷔작으로 각본과 주연까지 맡았다.

<브로큰>

<브로큰> 감독 루퍼스 노리스 / 출연 엘로이즈 로렌스, 팀 로스, 킬리언 머피 / 90분 영국의 작은 동네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11살 소녀 스컹크는 어느 날 이웃집 청년 릭과 인사를 나누다 릭이 갑자기 폭행당하는 상황을 목격한다. 딸 셋을 홀로 키우는 밥 오스왈드가 릭이 자신의 딸을 성폭행했다고 믿고 무차별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딸들의 거짓말을 믿고 순간적으로 저지른 행동으로 릭의 무죄는 입증된다. 하지만 심한 충격을 받은 릭은 정신병원으로 가고 스컹크는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통통한 소녀 스컹크의 눈에 비친 동네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에 상처받은 인물처럼 보인다. 그중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릭은 한번 망가진 영혼을 제자리로 돌리지 못한다. 무책임하고 우발적인 폭력이 어떻게 한 인간을 망가뜨리는지 그리고 그 폭력이 어떤 예기치 못한 결과로 순환되는지 보여준다. 스컹크 역을 맡은 엘로이즈 로렌스의 연기가 돋보이는, 한 소녀의 어두운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