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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을 가로지르는 여러 번의 하루 <원 데이>

소설가를 꿈꾸는 엠마(앤 해서웨이)는 대학 졸업 파티날, 자신이 짝사랑하는 덱스터(짐 스터지스)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부잣집에서 태어나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덱스터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성실한 노력을 쌓아가는 엠마의 너무 다른 삶의 양상은 이들의 사랑을 쉽게 허락해주지 않는다. 때문에 엠마와 덱스터의 애틋한 마음은 좀처럼 서로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안타까운 시간들만 차곡차곡 흘러간다.

대부분의 멜로영화들이 이런 엇갈림의 시간을 쉽게 해결하기 위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결정적인 (하지만 어딘가 억지스러운) 사건을 배치한다면, <원 데이>는 20년이라는 시간을 고스란히 기다리는 쪽을 선택한다. 그리고 엠마와 덱스터가 처음으로 함께 보낸 1988년 7월15일을 시작으로 매해 기념일을 셈하기라도 하듯 달력을 넘겨가며 이들의 삶을 그저 지켜본다. 그러고보니 (20년 동안) 7월15일 성 스위딘 데이, ‘하루’(원 데이)들을 지켜보는 이 영화는 2월2일, 성촉절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사랑의 블랙홀>(해럴드 래미스)과 어딘가 닮아 있다. <사랑의 블랙홀>에서 주인공 필(빌 머레이)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사랑을 깨달았다면, <원 데이>의 엠마와 덱스터에게는 서로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긴 시간을 가로지르는 여러 번의 하루가 필요했던 것 같다.

데이비드 니콜스의 같은 제목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소설가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각색하며 영화에 참여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근 <업사이드 다운>과 개봉을 앞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출연으로 인지도를 높여가는 짐 스터지스와, 촌스러운 안경을 쓰고 80년대 대학생을 연기해도 예쁘기만 한 앤 해서웨이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원 데이>는 충분히 즐거운 영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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