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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의 8비트 게임기 <주먹왕 랄프>

‘복고 열풍’은 애니메이션계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는 오락실에 줄지어 있던 8비트 게임기 앞에서 ‘insert coin’이라는 반짝이는 문구에 매혹당해본 적 있는 사람들에겐 (역시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다고쳐 펠릭스> 게임의 악당으로 등장하는 랄프는 게임 탄생 30주년 기념 파티에서 게임 속 캐릭터들 모두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나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랄프는 이제 자신도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영웅’이 되리라 결심하고 자신이 속한 게임을 빠져나와 <슈가 러시>라는 레이싱 게임의 세계로 뛰어든다. 한편 랄프가 떠나는 바람에 <다고쳐 펠릭스> 게임이 폐기처분될 위기에 놓이자 게임의 주인공 펠릭스는 랄프를 데려오기 위해 <슈가 러시>를 찾아온다. 랄프는 <슈가 러시>에서 소녀 바넬로피를 만나고, 이들의 정신없는 모험이 펼쳐진다. 전혀 다른 외관을 취하고 있지만 <주먹왕 랄프>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외형을 입은 <토이 스토리>처럼 보인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주인공 제임스가 공장에서 제공하는 여러 개의 문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세계들을 오갔다면 <주먹왕 랄프>에서 랄프는 모든 게임기가 연결되어 있는 중앙역(게임 센트럴)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게임들을 오간다. 이때 투박한 주인공과 아기자기한 세계가 충돌하면서 사건들이 발생하는 과정은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의 이야기의 변주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플러그드’되어 아무도 찾는 이 없는 폐물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게임 속 캐릭터들을 우리는 이미 <토이 스토리>에서 만난 적 있다. 그래서인지 중반 이후 이야기의 긴장감과 화면의 속도감이 동시에 느슨해지는 것을 ‘다고쳐’내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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