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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연인과 한국사회의 결혼제도 <나비와 바다>

우영은 8년간 애틋이 연애한 제제(재년의 애칭)와 결혼하고 싶다. 제제는 선뜻 대답을 못하는데, 시집 생활 및 가사노동 등 사랑만으론 극복되지 않을 현실적 문제들이 걱정이어서다. 뇌병변 장애를 앓는 제제와 우영은 결혼의 문턱에 섰다. 마흔 가까운 나이가 되어 애타는 마음으로 프러포즈한 우영과 달리 띠동갑 연하 제제의 속마음은 도통 알 수가 없다.

다큐영화 <나비와 바다>는 장애우의 사랑과 욕망을 보여주는 기존 다큐영화들의 거리두기 및 공감대 형성 방식과는 다른 차원에서 현실에 대한 쇼크를 준다. 영화 제목은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에서 영감을 얻었다. 중간중간에 인서트되는 청보리밭과 푸른 바다의 영상은 사랑과 결혼에 대한 아름답고 냉혹한 이미지를 선보인다. 특별히 선한 의도도 악한 의도도 없이 영화는 한국사회의 결혼제도에 장애인 연인이 편입될 때 발생하는 모순의 지점들을 슬그머니 노출시킨다. 영화는 주로 남성 장애우이자 영화인인 우영의 행동과 내레이션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관객은 실상 이 안에 복기되어 있는 여성 장애우 제제가 품은 결혼에 대한 두려움과 행복에 대한 열망의 교착을 본다. 결혼이라는 의례뿐 아니라 욕망의 방식에 있어서까지 여성 장애우의 권리와 주장의 자리는 적다. 영화는 가부장적 무의식에서 장애우들 역시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벚꽃이 피고 낙엽이 지고 이듬해 다시 벚꽃이 피기까지 카메라는 이들의 생활을 담담히 좇아간다. <나비와 바다>는 장애우의 삶과 사랑을 다루는 다큐인 양 익숙하게 시작하여 당혹스럽게 끝난다. 이 당혹스러움에 우리는 호흡을 가다듬게 되는데, 감독은 공감도 냉소도 작위하지 않은 채 오롯이 그 판단을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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