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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언제든 독립영화 보러 오세요
김성훈 2013-02-27

‘2013 CGV 무비꼴라쥬 독립영화 캠페인’ 2월28일부터 한달간 CGV 무비꼴라쥬 8개관에서

CJ CGV 무비꼴라쥬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독립영화 캠페인을 연다. 3월 한달 내내 다양한 독립영화를 줄줄이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이재용 감독의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2월28일 개봉)를 시작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이사무엘 감독의 <설인>과 김승현 감독의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3월14일 개봉), 얼마 전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오멸 감독의 <지슬> (3월21일 개봉)이 각각 개봉할 예정이다. 그리고 4월4일 극장 개봉예정인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비념>이 무비꼴라쥬 독립영화 캠페인 기간인 3월28일부터 프리미어 상영을 가진다.

이번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는 CGV 무비꼴라쥬 이원재 프로그래머는 “관객에게 독립영화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독립영화가 생소한 관객도 있다”며 “캠페인을 통해 새로운 관객층을 발굴하고, 독립영화의 영토를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이번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무비꼴라쥬 한국 독립영화 페스티발’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그런데 페스티발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특별전으로 오해하는 관객이 더러 계시더라”며 “올해는 독립영화 기대작들이 3월 한달 내내 선보인다는 점에서 ‘캠페인’이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덧붙였다.

<비념>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

새로운 가능성의 영화들, <설인>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

CGV 무비꼴라쥬는 이번 캠페인 상영작에 대대적인 마케팅 지원을 할 계획이다. 2월21일부터 전국 CGV 200개관을 대상으로 상영작의 공식 예고편을 노출했다. ‘1+1 독립영화 예매권’ 행사도 진행된다. 선착순 400매에 한해 독립영화 캠페인 상영작 예매권을 1매 구입하면 추가로 1매를 증정하는 이벤트다. 이원재 프로그래머는 “1+1 프로모션의 경우, 제작사나 배급사의 희생 없이 무비꼴라쥬가 티켓 400매를 직접 구입해서 진행하는 마케팅 행사”라고 강조했다.

모든 상영작을 소개하면 좋겠지만 개봉작 위주로 추천하자면 이재용 감독의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가 일단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이재용 감독은 삼성 갤럭시노트의 광고 프로젝트인 ‘시네노트’로부터 단편영화 프로젝트를 제안받아 <10분 만에 사랑에 빠지는 방법>을 만든 바 있다. 인터넷만 가능하면 현장에 가지 않고 휴대폰으로 연출할 수 있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이재용 감독은 원격 연출이라는 영화 속 컨셉을 그대로 가져와 <10분 만에 사랑에 빠지는 방법>에 출연하는 배우 14명의 촬영현장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수십 차례 NG를 낸 최화정은 “카메라 옆에 감독이 없어서 불편했다”고 볼평을 터트리는가 하면, 윤여정은 노트북 화면 속 이재용 감독을 향해 “감독이 현장에 없는 게 무슨 소리냐”며 역정을 낸다. 어리둥절하기로는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와 사실을 오가며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또 때로는 솔직하게 촬영현장의 풍경을 펼쳐낸다. 이재용 감독은 마지막 장면까지 무사히 촬영을 완료할 수 있을까.

이사무엘 감독의 <설인>과 김승현 감독의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는 <파수꾼> <짐승의 끝> <가시> 등 개성있는 작품을 배출해온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 5기의 작품이다. <설인>의 주인공은 삶의 의욕을 잃은 한 남자 연수(김태훈)다. 어렵게 임신이 된 아기가 기형아임을 알게 된 연수는 아이를 지우기로 결정한다. 설상가상으로 어떤 일에 휘말려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다. 각박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그는 대학생 시절 친구 철민과 함께 묵었던 모텔을 찾는다. 우연히 같은 층에 묵던 박(이용주)과 조(김종엽)를 만나 불쾌한 경험을 한다. 그러면서 과거 철민과 그곳에서 겪었던 일이 떠오른다. 이상한 하룻밤을 보낸 뒤 그는 아빠를 만나러 왔다는 비밀스러운 소녀(지우)를 만난다. 연수와 소녀, 두 사람은 어떤 일에 얽히면서 조와 박에게 쫓기다가 결국 설산으로 향한다. 설산 시퀀스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 어딘가에 모호하게 위치해 있는데, 그게 더이상 추락할 데 없는 연수의 죄책감과 잊고 있었던 과거를 드러낸다.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에는 제명에 죽지 못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석호(최원영)는 정수기 외판원이다. 동생 진호(강호)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 대학원 등록금이 필요하다는 동생의 요청에 석호는 500만원을 빌려준다. 진호는 그 돈을 바를 운영하고 있는 희영(김이정)에 빌려준다. 이 사실을 안 석호는 진호에게 돈을 다시 찾아오라고 하고, 진호는 희영을 찾아가지만 결국 돈을 되돌려받지 못한다. 어느 날 석호는 경찰에게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석호는 동생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희영이 운영하는 바를 찾아간다. 그러나 그도 금세 희영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사소한 감정이 쌓이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그게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는 영화의 메시지를 감독은 하드코어 액션을 통해 보여준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설인>

<지슬>

<지슬>과 <비념>을 통해 제주를 다시 보라

<지슬>과 <비념> 모두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끝나지 않은 세월2’라는 부제가 붙은 극영화 <지슬>의 배경은 1948년 11월. ‘해안선으로부터 5km 밖 모든 사람들을 폭도로 여기겠다.’ 군이 퍼트린 소문을 듣고 마을 사람들은 피난길에 오른다. 거대한 동굴에 몸을 숨긴 채 마을 사람들은 감자를 나눠먹으며 집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린다. 흑백화면에 담긴 당시 제주도의 풍경은 전쟁터 그 자체다. 대한민국 군대는 토끼사냥 하듯 제주도 섬사람을 죽이고, 섬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한 죽임을 당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감자 한 조각도 나눠먹는 따뜻한 풍경을 지켜보면 더욱 가슴이 아린다. 그러나 영화는 과거의 사실을 단순히 박제화시키지만은 않는다.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영혼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강상희 할머니는 제주 4.3 사건으로 남편을 잃었다. <비념>은 강상희 할머니를 비롯한 당시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여러 제주도 사람들의 삶을 그려낸 다큐멘터리다. 보통 사람들에게 제주 4.3사건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되는 역사적 사실 정도겠지만 강상희 할머니에게 그 사건은 아픔이 가시지 않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그가 회상하는 당시의 기억은 마치 어제 일인 양 생생하다. 임흥순 감독은 과거의 비극을 현재의 강정마을과 연결하면서 제주도의 비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제주도의 풍경이 다큐멘터리 곳곳에 인서트컷으로 삽입되어 있는데, 그 풍경이 관광지라기보다는 폐허에 가깝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을 비롯한 독립영화 신작 6편뿐만 아니라 여러 독립영화 기획전도 함께 열린다. 3월7일부터는 ‘무비꼴라쥬 이달의 배우 이선균 기획전’이 열린다. 이선균의 주요 출연작이 상영될 예정이다. 3월14일부터는 2012 서울독립영화 앙코르전이 시작된다. <아버지의 이메일> <가시꽃> <해운대 소녀> <오목어> 등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장/단편을 다시 볼 수 있다. 변성현, 조성희, 정병길 등 상업영화계에 안착한 세 감독의 독립영화를 만날 수 있는 인디 루키전은 3월21일부터 열린다. ‘현재 주목해야 할 한국영화의 한 지평’을 주제로 한 익스트림 한국영화전은 3월28일 열린다. 김곡, 김선 감독의 <방독피>, 전규환 감독의 <무게> <불륜의 시대>, 전수일 감독의 <콘돌은 날아간다>(제목 미정)가 이 섹션에서 상영된다. 이 밖에도 키스를 주제로 8명의 감독이 함께 만든 옴니버스영화 <키스>, 민규동 감독의 <끝과 시작>, 정지영, 이장호, 박철수, 이두용 감독 등 노장 감독 4인방이 만든 옴니버스영화 < 클래스의 산책> 등 세편이 무비꼴라쥬 쇼케이스를 통해 공개된다. 2013 무비꼴라쥬 독립영화 캠페인 상영작은 CGV 무비꼴라쥬 8개관에서 열린다(자세한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CJ CGV 홈페이지를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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