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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미국을 알고 싶나요?
송경원 2013-03-27

롯데시네마 아르떼 기획전 ‘The Present of America’ 3월28일부터 31일까지

<킬링 소프틀리>

<로마 위드 러브>

멀지만 가까운 나라. 미국 음악을 듣고 미국 TV드라마를 즐기며 심지어 미국산 소고기까지 먹고 있는 우리에게 이역만리의 거리 따윈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정작 ‘미국’영화를 접한 이들은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 한해에도 수백편의 할리우드영화가 극장에 쏟아지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할리우드영화와 미국영화 사이에는 머리에서 심장만큼의 거리가 있다.

예컨대 할리우드영화들을 보고 오늘의 미국을 알 순 없지만 미국영화들을 보고 나면 내일의 할리우드영화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면서도 막상 그 의미를 주워담기는 힘든 이른바 ‘미국적’인 것들의 근본이 어디서 왔는지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오는 3월28일부터 31일까지 롯데시네마 아르떼관에서 열리는 아르떼 기획전에서는 미국영화가 무엇인지 알려줄 10편의 화제작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전통적인 가치를 되묻는 영화부터 지금 현재의 미국을 얇게 저며 보여주는 영화까지 ‘미국영화’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걸작들, 그야말로 ‘The Present of America’다.

2013년 아카데미가 선택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은 존경받는 대통령의 전기영화를 벗어나 정치인 링컨의 선택과 고뇌, 미국이라는 신화의 가치를 읽을 수 있는 영화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물론 할리우드의 대표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사회 내 소수자의 정치적 확장에 대한 의미있는 성찰을 해낸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밀크>와 함께 비교해보면 더 좋을 것이다.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숀 펜의 연기도 <링컨>과 재미있는 비교 포인트다. 한편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영화화하며 논란의 중심에 선 <제로 다크 서티>는 파격적인 소재뿐만 아니라 극단에 이른 리얼리티에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캐스린 비글로 감독은 특유의 힘있고 실감나는 연출로 미국의 상처 한복판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미국사회 내부의 어둠을 조명한 작품도 있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위 오운 더 나잇>은 극악의 범죄율로 몸살을 앓았던 1980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정통 범죄드라마다. 경찰 배지 속의 문구를 따온 ‘우리는 밤을 지배한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경찰과 마피아간의 대립과 그 중심에 선 형제의 뒤틀린 운명을 통해 도시의 어둠을 드러낸다. 앤드루 도미닉 감독의 <킬링 소프틀리>(4월4일 개봉예정)는 2012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던 영화로 도박판을 둘러싼 범죄조직과 킬러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하드보일드 갱스터물이다. 하지만 여느 장르영화와 달리 미국 경제가 토해내는 사회적 모순을 상징적으로 풍자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미국을 지탱하는 어둠의 본질을 그려나가는 꽉 짜진 연출과 브래드 피트를 비롯한 화려한 배우들의 호연에 눈길이 간다. 3월30일 토요일 오후 6시 건대입구 아르떼관에서 심영섭 평론가의 시네마톡 행사도 마련되어 있다.

미국의 어둠만 부각하는 건 아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원한 키덜트 웨스 앤더슨 감독이 그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 <문라이즈 킹덤>이나 미국의 대표적인 시네아스트 우디 앨런 도시 사랑 시리즈의 최신작 <로마 위드 러브>, 국내에선 ‘조토끼’로 유명한 조셉 고든 레빗의 풋풋한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조너선 레빗 감독의 <50/50>처럼 밝은 영화들도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킬링 소프틀리>와 <로마 위드 러브>는 국내 정식 개봉보다 한발 앞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그 밖에도 가장 미국적인 장르인 웨스턴의 경쾌한 변형을 보여주는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와 2008년 미국영화의 한 정점을 장식했던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단언컨대 걸작이라 부르지 못할 작품은 한편도 없다. 여기에 진짜 미국이, 미국영화가 있다. 당대 미국영화의 지형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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