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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나를 더럽힐 권리(1)
이송희일(영화감독) 일러스트레이션 이선용(일러스트레이션) 2013-04-15

톨스토이는 담배가 ‘악마의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장 폴 사르트르는 담배를 ‘신의 축복’이라고 찬양했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담배에 관해 옥신각신 입씨름을 벌여왔지만 적어도 현대사회는 톨스토이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데 이견이 있을까나. 나 역시 지독한 골초지만 막 담배를 배우는 사람들을 뜯어말리곤 한다. 거리에서 웬만하면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고, 공공장소를 금연화하자는 데에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못마땅한 게 있다. 담뱃값이 오른단다. 실은 간접세가 오르는 것이다. 소득에 따른 직접세가 아니라, 담배와 술에 붙은 간접세를 끌어모아 국가 재정을 채우려는 정부의 얄팍한 꼼수는 결국 빈부격차를 가중시킬 뿐이다. 게다가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감소로 이어진다는 확증적인 연구 결과도 미약하거니와 언제는 국가 재정을 위해 시민들을 담배에 중독시켰다가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오롯이 개인에게 떠맡기는 것 역시 입 잘 닦는 얌체 같다. 하지만 이건 이 지면의 관심사가 아니다. 정작 불만인 것은 언젠가부터 이 사회가 너무 깨끗한 척한다는 것이다. 어느새 흡연자들은 ‘범죄자’ 취급이다.

히틀러가 나치당을 만들었을 때 가장 먼저 한 게 당원들과 길거리를 청소하는 거였다. ‘청결’이야말로 기율의 첫 번째 조건이다. 더러운 흡연자들을 실내 공간에서 추방하고, 길거리에서조차도 추방하겠다는 저 열정의 청결 캠페인을 대할 때마다 괄약근이 놀라서 지레 조여지곤 한다.

하나만 묻자. 도로 위에서 가스를 내뿜은 자가용은 어떻게들 생각하시나. 난 자가용이 없고, 생태주의적 관심 때문에 앞으로도 몰고 다닐 생각도 없다. 나는 내 건강을 해치는 저 환경오염물에 대해 동의한 적이 없다. 또 하나만 묻자. 여름철만 되면 길거리든 담벼락이든 사정없이 내뿜어대는 뜨거운 에어컨의 실외기 바람은 어떻게들 생각하시나. 난 가난해서 에어컨도 없지만, 가급적 사용하고 싶지 않다. 물론 온난화를 부추기는 이웃집 에어컨 냉매 가스가 우리집 담벼락에 부딪혀 내 창문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난 동의한 적이 없다.

담배 연기의 간접흡연으로 타인의 건강을 해치고 상대방의 동의가 없기 때문에 공공장소와 길거리에서 완전히 추방해야 한다는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자동차 가스와 에어컨 실외기도 마찬가지겠다. 적어도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생태와 미래의 삶을 망가뜨리는 죄를 물어 환경개선부담금을 혹독히 물릴 수 있겠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 유치하게 핏대 세우며 난타전을 벌이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혹시 청결과 건강에 대한 강박증은 마법 램프에서 풀려나온 우리 시대의 지니가 아닐까?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