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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의 육아일기 <해피 이벤트>
윤혜지 2013-04-24

<화양연화> DVD를 주고받으며 니콜라(피오 마르마이)와 바바라(루이즈 보르고앙)의 사랑은 시작됐다. 하지만 DVD 제목을 빌려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둘의 화양연화는 너무나 짧다. 니콜라와 바바라는 더 완전무결한 사랑을 꿈꾸며 아이를 갖지만 로망은 곧 와장창 깨진다. 임신과 육아에 정신을 쏟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던 바바라는 우울증에 빠지고, 니콜라의 무관심한 태도까지 더해져 그녀의 인내심은 점점 한계에 다다른다. 주변의 압박에 미치기 일보 직전인 바바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육아의 책임은 고스란히 니콜라에게 옮겨간다.

그야말로 짜증과 피곤으로 점철된 바바라의 육아일기다. 육아의 어려움을 설파하는 것뿐이라면 그저 그런 임신, 출산 관련 영화들과 다를 바 없겠다. 하나 <해피 이벤트>는 임신 이후 바바라의 신체적, 감정적 변화를 여과없이 보여주며 일말의 환상조차 남기지 않는다. 아마도 <해피 이벤트>에 리얼리티를 부여한 일등 공신은 시나리오를 쓴 바네사 포털과 바바라를 연기한 루이즈 보르고앙일 것이다. 바네사 포털이 묘사한 섬세한 감정선은 루이즈 보르고앙의 호연을 통해 실재감을 얻는다. 시간이 흐르며 뚜렷하게 달라지는 몸의 굴곡은 임신 과정을 생생한 비주얼로 전달하고, 도저히 이성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바바라의 격심한 감정기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벅차다. 넌더리가 날 정도로 보채는 아기를 보며 관객은 극한의 스트레스를 겪겠지만 가끔씩 비추는 아기의 천사 같은 미소는 모든 피로감을 싹 씻어낸다. 하지만 이미 바바라의 임신과 육아를 함께 대리체험한 관객이라면 아기의 천진함보다 어머니들의 현실적 고난에 좀더 마음이 기울 터. 어설픈 감동으로 마무리하지 않은 결말이 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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