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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 불시착’ <문빔베어: 달을 사랑한 작은 곰>
정지혜 2013-05-01

밤하늘에서 세상을 밝게 비춰야 할 달님이 만약 비행기와 충돌해 땅으로 떨어진다면? 애니메이션 <문빔베어: 달을 사랑한 작은 곰>(이하 <문빔베어>)은 (실제로 벌어진다면 끔찍하겠지만) 충분히 귀여운 상상, ‘달님의 불시착’을 해결하려는 아기 곰 달곰과 그의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다. 좋아하는 달님이 숲속에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한 달곰은 달님을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돌보지만 웬일인지 달님은 점점 더 깊은 잠에 빠진다. 달곰이 풀어야 할 숙제는 이제 두 가지. ‘과연 달님을 제자리인 하늘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방법이 있어도 달님이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면 어떡하나.’ 마침내 달곰과 친구들, 행복과 기쁨을 모두 삼켜버리는 괴물이 산다는 강 건너 마을까지 가보기로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달곰과 친구들은 봉착했던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한다. 그야말로 “성공이다”. 그렇지만 <문빔베어>의 미덕이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건의 성공적인 해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기꺼이 도우려 나서고 필요하다면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태도에 있다. 게다가 ‘어른’인 동물들이 사태의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우정이든, 선의든, 심지어 저녁거리를 얻으려는 까마귀 떼의 이유있는 거래든 동물 친구들과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할 뿐이다. 소문만 무성했던 괴물이 달곰의 친구가 되는 과정을 보면서는 현실의 악질 여론이 때로는 얼마나 실체가 없는 공허한 것인가를 생각게 한다. 부드럽고 사랑스런 <문빔베어>의 그림체와 색감에서, 인색하고 무지막지한 ‘어른들’의 세계를 포개보는 건 자연스럽다. 2003년 독일에서 동화책으로 처음 소개된 이후 2007년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최고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이들과 평단의 사랑을 받아온 이야기인 만큼 마음 편히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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