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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가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 <링>
김성훈 2013-07-24

제목대로다. 한때 링 위에서 살았던 스승과 지금 링 위에 서 있는 제자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박현성 관장은 실력은 출중했으나 올림픽 문턱에서 두 차례 좌절한 복서였다. 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때문에 조직폭력배, 분신자살 시도 등 잘못된 삶을 선택했다가 마음을 다잡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그다. 수많은 복서 지망생들이 그가 운영하는 체육관의 문을 두드렸다. 재능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박 관장은 제자들을 강하게 훈련시켰다. 박주영 선수 역시 그의 제자 중 한명이었다. 서울대 대학원 아시아연구소에 재직하며 7급 공무원 시험에도 합격한 박주영은 신문에 난 박현성 관장의 사연을 읽고 찾아간다. 박현성 관장은 “여자 최초 올림픽 복싱 메달리스트로 만들어주겠다. 대신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약속한다. 27살이라는 늦깎이 여성 복서 박주영은 빠른 성장으로 화답한다.

다큐멘터리 <>은 <록키> 같은 스승과 제자의 올림픽 도전기가 아니다. 두 사람의 드라마 같은 삶을 조명하는 <인간극장> 같은 방송 프로그램은 더더욱 아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링 위에서 스승과 제자가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물론 훈훈한 광경을 예상하면 안된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이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이 나는 사각의 링이 아니던가. 스파링에서 스승을 의식해 제대로 어퍼컷을 날리지 않는 이혜미를 향해 박현성 관장은 “본인이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혹독하게 밀어붙인다. 그 모습이 참 안타까우면서도 제자를 향한 스승의 애정이 진하게 느껴진다. 그건 제자가 복싱선수로서 자신과 똑같은 실패를 맛보지 않게 하려는 스승의 깊은 마음일 것이다. 이진혁 감독의 첫 장편다큐멘터리로 지난해 EBS국제다큐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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