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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끔찍하고 안타까운 이야기 <포가튼-잊혀진 소녀>
김보연 2013-09-04

한나와 클라리스는 시골 별장의 외딴 창고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거나 위험한 장난을 치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쌓는다. 그러나 어떤 사건으로 인해 위험한 장난은 끔찍한 기억으로 변하고, 둘은 그렇게 헤어진다. 세월이 지나 어느덧 한 아이의 엄마로 자란 한나(미나 탄더)는 우연히 클라리스(로라 데 보어)를 만난다. 오랜만에 만난 둘은 즐거웠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다 추억이 깃든 별장으로 다시 한번 휴가를 떠난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나를 기억하는 마을 사람들은 유독 그녀를 차갑게 대하고, 게다가 한나는 어떤 어린아이의 환상을 계속 목격한다. 결국 한나는 자신이 과거의 충격으로 인해 그때의 기억을 잊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심지어 그 기억에 한 아이의 죽음이 얽혀 있다는 것까지 떠올린다. 과연 그 지하실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포가튼-잊혀진 소녀>는 공포영화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미스터리 드라마이다. 문 뒤에서 갑자기 의외의 사람이 등장한다거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무서운 이미지가 불쑥 튀어나오는 정석적인 연출은 효과적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이를 통해 영화는 조용하고 폐쇄된 섬마을을 배경으로 약간은 신비롭기까지 한 과거의 끔찍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추적해 들어간다. 그리고 물론 그 끝에는 의외의 사실이 숨어 있다.

그런데 진실을 밝히더라도 어느 정도의 신비로움은 그대로 남겨두는 게 좋지 않았을까. 죄책감과 후회, 그리고 공포의 감정을 서서히 쌓아가던 영화는 어느 순간 과거에 벌어졌던 모든 일들을 친절하게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문제의 열쇠를 쥔 인물이 주석 같은 대사를 읊조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 결과 초반부의 음습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는 모두 사라지고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벌어지는 잔인한 복수극만 남는다. 진실이 빠짐없이 드러나면서 극의 매력도 사라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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