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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의 현실 <말하는 건축 시티:홀>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서울시의 새 청사’가 건립되는 7년간을 꿰뚫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시작된다. 누군가는 이 건물이 두바이의 고층빌딩 준공보다 더 난해했다고 말하며, 다른 누군가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디자인이 변경됐으며 자재 수급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토로한다. 한마디로 서울 한복판에서, 정권의 눈치를 살피며 거대한 공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는 이야기들이다. 디자인의 형태 또한 그사이 변화했다. 2006년에는 삼우건설의 ‘도자기 형태’가 초안이었지만, 2008년 디자이너 유걸의 컨셉이 채택되면서 현재의 모양으로 확정된다. 하지만 건설업체가 설계와 시공을 모두 거머쥔 ‘턴키방식’의 공사가 채택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하는 턴키의 구조상, 예산에 따라 디자인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골조가 끝나고 마감이 시작되는 단계에서, ‘총괄 디자이너’란 직책으로 유걸이 재등장하게 된다. 정재은 감독이 집중하는 것은 이 시기다. 완공 1년 전 즈음, 유걸이 다시 등장하면서 영화는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그사이 신청사의 모습에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됐고, 구청사와 조화되지 않는 최고의 흉물이라는 악평이 생겨났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건축의 완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유걸 또한 자신의 디자인 핵심이라던 다목적홀(콘서트홀)의 완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며 감독은 신청사에 대해 아직은 평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누구도 잘됐는지 잘못됐는지 말할 수 없을 거라는 어느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빌려, 영화는 결론을 짓기보다 모두 함께 생각하기를 권한다.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서울을, 건축이라는 매체를 통해 관객 앞에서 발가벗겨놓은 영화이다. ‘장소’가 본질적으로 인간 실존의 근원지임을, 그 근원을 꾸미는 것 역시 ‘인간’임을 영화는 웅변한다. 이를 위해 감독은 무려 400시간에 달하는 인터뷰를 기록했다고 한다. 건축의 공과 사에 관련한 다양한 인물들이 화면에 등장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 건축의 현실적 면면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전작 <말하는 건축가>가 ‘건축가 고 정기용’을 중심으로 동대문운동장을 논하는 영화였다면, 이번 영화는 ‘서울시청’을 가운데에 두고 건축가 유걸을 이야기한다. 비슷한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푼다는 점에서 새롭다. 일반인이라도 건축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으며, 심지어 현장에 관여했던 사람들마저 영화를 통해 다른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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