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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웃기고 슬픈, 평범남의 백일몽 속으로

벤 스틸러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미리 보기

할리우드 코미디영화의 대표적인 얼굴, 벤 스틸러가 연출에도 재능이 있다는 점은 종종 잊혀지곤한다. 그는 X세대의 상징적인 영화 <청춘 스케치>와 더불어 <미트 페어런츠> <쥬랜더> <트로픽 썬더> 등의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이하 <월터>)는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연출과 주연을 겸한 작품이다. 벤 스틸러 하면 으레 떠오르는 <미트 페어런츠> <쥬랜더>의 코믹한 이미지를 먼저 생각하지 말 것. 이 영화는 스틸러의 연출작 중에서는 <청춘 스케치>의 정서와 가장 비슷하다. 다시 말해 <월터>는 인물들의 솔직함과 소박한 꿈을 담고 있고, 때로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처럼 약간은 비현실적이지만 환상적인 장면과 현실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작품이다.

월터 미티(벤 스틸러)는 믿을 만한 사람이다. 16년 동안 잡지 <라이프>의 뉴욕 메인 오피스에서 포토에디터로 사명감을 갖고 일했다. 그는 직장 동료들에겐 좋은 선배이자 믿음직한 친구다. 하지만 월터가 원하는 삶은 이것이 아니다. 그가 틈만 나면 백일몽을 꾸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만을 다하며, 정작 자신의 꿈은 저 뒤편에 접어놓았기 때문이리라. 아직 변변한 연애 한번 못해본 월터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바로 신입사원 셰릴(크리스튼 위그)에게 반한 것. 백일몽에선 멋진 산악인, 불길을 뚫고 셰릴을 구하는 영웅이 되지만, 막상 셰릴을 만나면 제대로 말조차 못 건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잡지사가 매각되면서 잡지에는 관심조차 없는 대기업 매니저(애덤 스콧)가 내려와 직원들을 정리해고하기 시작한다. <라이프>의 마지막 출판본을 준비하는 월터. 전설적인 사진작가 션 오코넬(숀 펜)이 특별히 그에게 보낸 네거티브 필름으로 표지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지만, 이 필름의 종적이 묘연하다. 이때 월터는 일생일대의 결정을 한다. 뉴욕을 벗어나보지 못했던 월터는 그간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 통신수단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션의 행적을 찾기 위해 기나긴 여정에 오른다. 더불어 이 영화는 스틸러의 연출작 <청춘 스케치>에서 대변했던 X세대의 감성을 잘 살려준다. 지금 중년이 된 이들은 세상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것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세대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런 변화에 주목하고, 아날로그 세상의 아름다움을 잊어버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준다. <월터>를 연출한 벤 스틸러를 만날 기회가 두 번 있었다. 지난 8월 뉴욕에서 진행된 <월터>의 인터내셔널 정킷에서 한번, 이 영화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한 뉴욕영화제에서 또 한번 만났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읽고 “월터가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는 벤 스틸러와의 인터뷰를 이어지는 지면에 옮긴다. 이 영화는 2014년 1월 초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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