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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꿈의 정경 <풍경>

영화 <풍경>은 장률 감독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방인들이 꾼, 실상은 보이지 않을 꿈의 정경을 소재로 했다. 먼 나라의 아내가 찾아와 함께 그 아름답다는 제주도라는 곳에 가본다. 불법노동자를 추방하려는 법무부라는 추상이 등장하는 악몽도 있다.

카메라는 외국인 노동자가 말하는 꿈의 이미지를 그들의 일상 가까이서 집요하게 찾아내 오래 응시한다. 오로지 홀로 겪는 체험일 꿈에 등장하는 이미지와 감각은 감독의 방식으로 프레임화된다. 공항과 공장, 시장과 논밭, 지하철 역과 골목길 등 남루한 삶의 공간에 설핏 꿈에 보았던 이미지들이 중첩된다. 베어링과 돼지내장, 염색원단과 상추밭, 쌓인 목재와 코끼리 등 꿈의 이미지로 우리를 이끄는 일상적 인유의 컷들은 너무도 세속적이어서 오히려 신비한 계시 같다. 그들은 꿈을 이야기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한국에서 그들이 경험한 체험의 진실성을 느끼게 된다. 그럴수록 기계적이고 메마른 공간들에 깊이가 패고 정서가 스민다.

장률 감독은 <경계> <이리> <두만강> 등을 통해 조선족, 탈북자, 실향민 등 길 위의 사람들에 관심을 보여왔다. 재중동포 출신인 감독 자신도 한국에 잠시 거주하는 이방인이어서, 작품 자체가 그가 꾸는 꿈의 형식일 것만도 같다. 공간의 감식자로서의 장률 감독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작품이다. 풍경에 얹힌 현장의 소리도 무척 아름다워, 기계알람 <엘리제를 위하여>나 강철공장 기계음은 시적 영상에 얹힌 운율인 양 짙은 청각적 인상을 남긴다.

현실의 풍경으로 꿈을 구조화한 장률의 다큐멘터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감성적 바탕과 이미지의 분배를 이루어내기에 (랑시에르적 의미에서) 근본적으로 정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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