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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여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돈 존>

최고의 작업남 돈 존(조셉 고든 레빗)은 늘씬한 미녀들과 원 나이트 섹스를 즐기지만 늘 부족함을 느낀다. 그런데 그 부족함이 일회적인 관계에서 빚어지는 정서적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섹스의 지루함 때문이라는 점이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 이 영화의 차별점이다. 돈 존은 포르노 속의 과감한 포즈와 남성 편의적인 섹스를 욕망하지만 실제 여성들은 배려를 원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체위만을 고집한다. 그래서 그는 한번 잔 여자와는 절대로 연락하지 않고 새로운 여자, 새로운 자극을 찾아 밤마다 헤맨다. 그렇게 여자를 만나서도 채워지지 않은 욕구는 포르노로 푼다. 별 볼일 없는 직장이지만 나름 만족스럽게 다니며 원 나이트 파트너와 포르노 사이트로 남부러울 것 없었던 돈 존의 삶은 바바라(스칼렛 요한슨)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십점 만점에 십점’짜리 외모를 가진 바바라는 섹스가 아닌 관계를 요구하고, 돈 존의 삶을 고양시킨다는 명목으로 야간대학까지 보낸다. 하지만 바바라와 ‘사랑을 나누는 행위’도 그의 야동 중독을 끊지 못한다. 과연 돈 존은 진짜 여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돈 존>은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고 할리우드에서 요즘 가장 핫한 ‘연기 좀 하는’ 배우 조셉 고든 레빗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이미 두편의 단편으로 감독 타이틀을 누렸던 그는 이 영화의 각본, 연출 그리고 주연까지 맡아 자신의 재능을 뽐냈다. 셀러브리티로서의 삶에 염증을 느끼고 컬럼비아대학에 진학한 이후 연기 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연기자로 복귀하면서 “좋은 영화에 출연해야겠다”라는 각성을 얻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돈 존이 자신이 ‘야동’에 빠져 있는 것이나 바바라가 ‘로맨스영화’에 빠져있는 게 본질적으로 뭐가 그렇게 다르냐고 반문하는 장면에서 할리우드 장르영화에 대한 그의 비딱한 시선이 느껴진다. 로맨틱 코미디가 생산하는 낭만적인 환상이나 포르노가 생산하는 일방적인 환상이 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서른살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소년 같은 조셉 고든 레빗의 외모처럼 이 영화는 젊고 발랄하고 귀엽다. 특히 돈 존이 에스더(줄리언 무어)를 만나 빠져드는 과정은 누님들의 로망을 충족시켜줄 만하다. 하지만 섹스에 대한 날카롭고 냉소적인 직언들의 매력이 휘발되어버린다. 정답을 향해 너무 성급하게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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