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사냥과 낚시를 금지하는 기간 <클로즈드 시즌: 욕망의 계절>

나치 치하의 1942년경 독일을 배경으로 한 영화. 프리츠(한스 조센 바그너)는 한밤중에 사냥하다가 몰래 국경을 넘으려던 유대인 알버트(크리스티안 프리에델)를 만난다. 프리츠는 그에게 농장 일을 거들면서 헛간에 묵도록 제안한다. 프리츠의 아내 엠마(브리짓 호브메이르)는 자신과 상의도 없이 위험한 일을 벌이는 남편이 못마땅하다. 프리츠와 엠마 사이에는 10년째 자식이 없다. 프리츠는 농장을 이어받을 자식이 필요하지만, 부부관계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느 날 프리츠는 알버트에게 자기 대신 아내를 임신시켜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에 알버트는 이를 뿌리치지만 어린 조카를 반기는 프리츠를 본 뒤 그의 제안을 승낙한다.

클로즈드 시즌은 사냥이나 낚시를 금지하는 기간을 뜻한다. 프리츠는 농사가 잘 안 되자,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한밤중에 밀렵을 한다. 이때 그가 거둬들인 것이 가축과 유대인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심지어 프리츠는 알버트를 설득하면서 “새끼 밸 암소를 황소에게 데려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고장난 트랙터, 열매가 열리지 않는 사과나무 등 부부의 불임을 상기시키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상징은 보는 순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연결될 정도로 직접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면 자체는 그림을 실사화한 듯 아름답지만, 그것은 더 읽어낼 것이 없는 그림 같다. 일련의 사건 이후 세 남녀의 감정 변화가 극의 포인트다. 특히 감정과 태도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엠마 역의 배우 브리짓 호브메이르는 이 연기로 몬트리올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러나 인물의 변화 역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 감독은 특정 시대와 특정 인물에 집중하면서 시대와 인물 속으로 깊게 들어가고자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어떤 전형을 답습하는 데 그친다. 그 때문에 충격적이어야 할 장면에서 무감각해지고, 결말부에 남겨둔 반전조차 제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