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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의 매뉴얼은 독창적 기술이다”
장영엽 사진 최성열 2014-02-11

SM엔터테인먼트 이성수 프로듀싱 실장

좋은 곡, 가수의 매력적인 외모와 퍼포먼스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무엇이 ‘될’ 음악인지 판단하고, 그런 음악을 만들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프로듀싱’ 능력은 K-POP을 주도하는 연예 기획사들의 가장 중요한 화두다. SM엔터테인먼트는 수많은 국내 연예 기획사 가운데서도 이러한 프로듀싱 공정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정교하게 체계화한 회사로 평가받는다. 한류의 중심에 위치한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EXO 등의 아이돌 그룹들은 SM의 철저한 기획력에 의해 스타 반열에 올랐다. 지난 1월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한류학회 창립 1주년 기념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선 SM 이성수 프로듀싱 실장을 만났다. SM의 핵심 부서인 A&R(Artist & Repertoire)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K-POP의 미래를 묻기 전에, 좋은 프로듀싱의 미래에 대해 먼저 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음악 제작 기술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언제부터 근무했나. =정식 입사는 2005년이고, 1998년부터 SM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팬클럽 동향을 파악하는 일 등 다양한 업무에 참여했었다.

-프로듀싱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음악쪽을 전공했나. =한국외대 국제통상학과를 나왔다. SM A&R이 되기 위해 음악은 독학했다.

-A&R 부서에 대해 소개해달라. =A&R은 ‘아티스트와 레퍼토리’(Artist & Repertoire)의 약자다. 레퍼토리라는 건 ‘곡’을 뜻한다. 이 부서의 주요 업무는 아티스트에게 어울리는 곡을 찾아 매칭하는 것이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재능 있는 작곡가들을 찾고, 데모를 받고 곡을 맡기며, 그 곡에 어울리는 SM 아티스트가 누구일지 고민한다. 그런 ‘기획’을 하는 게 A&R의 역할이다.

-어떤 곡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는, 최종적으로 이수만 회장이 결정하나. =1주일에 회사로 평균 100여곡이 들어온다. 전세계에서 들어온 이 곡들의 데모를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나와 팀장들이 신곡들에 대한 대부분의 결정을 마 치면, 그중에서 어떤 곡이 타이틀이 될 것인지는 이수만 회장님이 직접 결정하신다. 아까 보여드렸던 메일처럼(그는 세계한류학회 포럼 중 소녀시대의 유닛, ‘태티서’의 타이틀곡 <Twinkle>을 위해 이수만 회장과 주고받았던 장문의 메일을 공개했다. 가사의 사소한 교정부터 연주 기법까지, <Twinkle>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오가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성수 실장은 <Twinkle>의 기타 리프(되풀이되는 멜로디) 하나를 정하는 데에도 이수만 회장과 의견을 주고받는 데 한달의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편집자) 회장님이 숨소리 하나, 가사 소절 하나까지 다 챙기신다. 그렇게 하나하나 꼼꼼히 챙긴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인데, 그 불가능한 일 때문에 SM이 여기까지 온 것 같다.

-SM은 한국의 수많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중 ‘무국적성’을 지향한 최초의 기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YG와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철저히 한국적이라고 생각되는데, 소녀시대의 <The Boys> 뮤직비디오를 보면 무국적성을 추구한다는 느낌이다. =의도적으로 무국적성을 지향한 건 아니다. SM이 해외에서 곡을 찾는 이유? 좋은 곡이 드물기 때문이다. 한국에 100명의 작곡가가 있다고 하면 전세계에는 1만명의 작곡가가 있다. 10곡 중에 한곡 고르는 것과 1천곡 중 한곡을 고르는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특히 SM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 넓게는 해외를 마케팅 포인트로 생각하고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것보다 그 시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팝음악을 찾게 되는 듯하다. SM은 댄스음악을 한다. 왜? 언어 때문이었다. 발라드음악은 가사의 중요도가 커서 해외에선 실패할 확률이 높다. 반면 댄스음악의 경우 무대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아티스트의 외모, 춤으로 해외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 마이클 잭슨이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SM은 하나의 기업이기 때문에 어떤 아티스트를 육성하느냐에 기업의 성패와 생존이 걸려 있다. 수익을 낼 수 있고, 해외에서도 통할 요소들을 목숨 걸고 찾다보니 SM 스타일을 무국적성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동방신기

-수많은 기획사와 차별화되는 SM의 강점은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체계화했다는 점이다. SM만의 ‘메뉴얼’은 언제 처음 만들어졌나. =2000년대 초반부터 적용돼 지금까지 꾸준히 보완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SM에는 부서별로 메뉴얼이 있다. 그 메뉴얼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 때 우리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노래를 들었는데 참 좋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느낌이 좋으니까, 멜로디를 잘 썼으니까, 하고 넘어가겠지만 SM은 그 노래가 왜 좋은지에 대해 기술적으로 접근하고 그 기술을 산업화시켰다. 이건 확신하건대 SM만의 독창적인 기술이 맞다. 해외에 나가서도 SM의 매뉴얼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매뉴얼에 따라 선택을 내린다는 건 SM만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정리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어떻게 보면 틀이자 한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매뉴얼은 우리는 꼭 이런 스타일로 가야 한다는 걸 알려준다기보다는 나쁜 습관, 안 좋은 습관을 버리자는 면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SM의 매뉴얼은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 고여 있지는 않다는 거다.

-2013년 신인그룹 EXO가 국내 안팎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EXO한텐 어떤 ‘매뉴얼’이 적용됐나. =EXO의 경우 ‘매뉴얼’보다는 ‘전략’이라고 말해야 한다. EXO의 출발점은 두팀이 한곡으로 활동하고, 중국, 한국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자는 이수만 회장님의 아이디어였다. 특히 EXO는 데뷔 전에 100일 동안이나 사전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 100일간 24편의 티저 영상을 공개했는데, 영상마다 뮤직비디오 한편 제작비에 맞먹는 비용을 들였다. 팬들 입장에서는 SM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이러나 싶은 100일이었을 거다. 우리가 그렇게까지 한 이유는 중국이 너무 큰 나라이기 때문에, 이 티저 영상이 퍼지는 데 100일 정도 걸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전략이 쌓여 지금의 EXO가 된 것이지, 단순히 <으르렁>이라는 노래 한곡이 갑자기 나타나 인기를 끈 게 아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하더라. EXO는 SM의 모든 노하우가 집약된 그룹이라고. 맞는 말이다. EXO는 엄청나게 새로운 전략으로 만들었다기보다 우리의 지금까지의 노하우가 전부 녹아들어간 그룹이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EXO는 한국, 중국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좋은 사례로 남을 것 같다. 한국 멤버와 중국 멤버가 섞여 있는 EXO 같은 다국적 팀의 활동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도 있나. =2년 전에 그런 목적으로 인도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에 고생만 죽도록 하다가 왔다. 그 나라 시장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에 진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 우리는 수많은 나라 중 선택과 집중에 의해 중국을 택했다. 경제적으로 가장 큰 시장에서 문화가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럽이 세계를 지배했을 때 르네상스가 나왔고, 미국이 지배하던 시기에 할리우드가 만들어졌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SM은 중국 시장을 타기팅한 거다. 우크라이나, 인도 등 시장 진출 시도는 많이 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중국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을 뿐이다. 중국은 한자 문화권이고, 중국인들이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을 통해 전 아시아에 쉽게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동도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진출하려 한다.

-하나의 아티스트 그룹을 키워내는 데 수년간의 기획이 필요하다. EXO도 그랬을 것이다. 보통 어떤 시기까지 내다보며 작업하나. =회장님을 비롯한 경영진은 몇년 뒤까지 내다보고 계실 것이고, 나는 실무자라 1년 정도 뒤까지는 염두에 두고 있다. 1년여의 콘텐츠를 미리 준비해두고 있다.

-그렇다면 프로듀싱 실장으로서 2014년 SM 아티스트들의 관전 포인트를 말해달라. =한달 안에 발매될 동방신기의 앨범. 개인적으로 ‘대박’이라고 생각한다. 소녀시대의 앨범도 나올 것이고, EXO도 컴백한다. 그리고 모두를 놀라게 할 깜짝 프로젝트가 두개 정도 있는데, 반년 안에 볼 수 있을 거다. 슈퍼주니어의 경우 올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중무장할 거다. 연초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 f(x)의 신곡은 현재 SM에서 진행 중인 ‘테디 라일리(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였다) 라이팅 캠프’에서 작곡가들이 죽도록 열심히 쓰고 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