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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새’ 뉴스를 기다리며
김선우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주(일러스트레이션) 2014-04-01

어렸을 땐 <9시 뉴스>가 정말 싫었다. 저런 재미없는 걸 매일 보는 어른들의 세계가 불쌍했다. 뉴스 따위 몰라도 부채감 없이 마냥 행복했던 내 인생의 파라다이스는 유년기에 끝났다. 별별 사건사고로 시작해 정권의 입맛에 맞춰 조작, 찬양, 고무되는 용비어천가 뉴스로 마감하는 일상. 때로 뉴스를 꺼버리고 귀를 씻어야 삶의 수분이 간신히 조절되는 불행한 시절을 참 오래도 견디는 중이다. 아예 뉴스를 끄고 살면 좋겠지만, 동시대 삶에 대한 ‘그놈의 부채감’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벌써 여러 해째 지상파 뉴스의 ‘의도적 무뇌충’ 수위가 심해지는 상황에 설상가상 요즘은 식당이나 터미널 등 공공장소에서 <TV조선> 같은 종편을 틀어놓는 곳들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도대체 ‘언론’이라 칭할 수 없는 것들이 ‘언론’의 이름으로 대중 속에 파고드는 속도, 무섭다.

봄이 오는데! 맘껏 아름다워진 꽃나무들을 찾아다니며 사랑고백을 만끽하기에만도 봄 한철은 너무나 짧고 아쉬운데! 맘에 드는 꽃그늘을 찾아 눈알만 한 잔을 들고 낮술을 홀짝거리며 시와 소설만 쓰고 살 수 있는 시절은 언제쯤 올까. 그런 시절을 누리려면 선결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미약하나마 칼럼으로라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런저런 진실들을 공정하게 보도해주는 언론이 있어야 한다는 것. 제대로 된 언론이 작동한다면 한 사회를 구성하는 다중의 지혜는 느리더라도 결국은 올바른 길을 찾아 움직여 갈 것이다. 뉴스타파나 국민TV라디오 같은 대안언론들과 손석희가 진행하는 <JTBC 뉴스9>가 그 역할을 얼마간 해오고 있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하면, <JTBC 뉴스9>는 충분히 신뢰할 만하지만 홍석현의 종편은 여전히 무섭다.

이런 와중에 낭보가 들린다. 오는 4월1일에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가 TV뉴스를 개국한다는 소식이다. 이들의 대표 프로그램인 <뉴스K>가 <9시 뉴스> 바로 그 시간에 1시간짜리 TV방송을 시작한다고. 방송에 필요한 충분한 자본력 없이 ‘저지르듯’ 개국하는 이 도전에 내가 한껏 기대를 가지는 이유는 TV개국 TF단장과 방송제작국장을 맡은 ‘언론인 노종면’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YTN 재직 시절 <돌발영상> PD와 뉴스 앵커를 지낸 그가 만든 뉴스의 참신한 돌파력을 기억한다. 이명박 정부의 해직언론인 1호가 된 뒤 그가 걸어온 핍진한 ‘야전생활’은 언론인으로서의 그에 대한 신뢰를 더욱 두텁게 해왔다. 공정방송에 대한 열망, 뉴스현장에 접근하는 진정성, 언론이 현실에 개입하는 방법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력. 이런 무형의 자산을 균형 있게 가진 언론인이 뉴스 콘텐츠로 자본력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노력할 때 응원함이 마땅하지 않겠나.

언제든 그렇지만 지금은 더더욱 신뢰할 만한 다양한 언론이 필요한 때다. 대화와 소통의 장, 심화할 필요가 있는 현안에 대한 발빠른 문제제기와 탐구력, 공론의 장에서 소외되어온 이들의 목소리를 심도 있게 들을 수 있는 뉴스다운 뉴스를 기대한다. 그나저나 <뉴스K>가 나타났으니, 나는 이제 눈알만 한 잔을 들고 4월의 꽃그늘 아래로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