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지나치게 평온한’ 집안 <은밀한 가족>

나이를 먹는 것이 괴로워지는 것은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 어른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아이들에게 생일이란 생일 선물과 더 큰 자유에 가까워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발상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알렉산드로 아브라나스의 <은밀한 가족>은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나이듦의 가장 가혹한 상황을 보여주는 영화다.

안젤리키(클로에 볼로타)의 열한 번째 생일. 가족들이 모여서 파티를 한다. 파티는 정갈하지만 흥겹지는 않다. 할아버지와 춤을 추던 안젤리키는 가족들이 모여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뒤로하고 아파트 난간에서 뛰어내린다. 경찰과 사회복지사가 아이의 자살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벌인다. 하지만 집안은 ‘지나치게 평온’하고, 아이는 학교생활에서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안젤리키의 할아버지는 늘 아이들을 직접 학교에 데려다주고, 방학 직전 나오는 성적표를 직접 받으러 가기 위해 직장을 그만둘 정도로 열성이다. 아이들은 어른에게 복종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인 것처럼 보인다. 외관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 가족은 사실 무시무시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며 안젤리키의 엄마 엘레니(엘레니 루시누)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할머니 레니(레니 피타키)에게 알린다. “확실하니?”라고 되묻는 레니의 불안한 표정에서 엘레니의 임신에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걸 짐작게 한다.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는 느닷없는 폭력이 난무하고 아이들의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도 가혹하리만치 무참한 처벌이 따르는 모습으로 이 가족의 평온함은 자연스러운 기질이 아니라 강한 억압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엘레니의 자매들과 그녀의 아이들 사이의 불분명한 연령적 경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과도한 애착과 권력을 휘두르는 테미스의 강박적 태도는 “힘들게 지켜온 평온입니다”라는 말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조금씩 누설한다. 가족의 지나치게 억압적인 태도만큼이나 조심스럽게 관찰하는 카메라의 눈길, 감정을 자극하거나 공감을 사기 위해 어떤 인위적 장치도 거부하는 연출방식은 이 영화의 후반부의 충격적인 반전과 영상의 선정성을 최대한 소거시키려는 감독의 의도로 보인다. 2013년 베니스영화제 은곰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 가족의 억압과 착취의 굴레를 잘 보여주며, 그 구조에 파란을 불러일으키는 선택을 보여준 결말에 대해서도 섣부른 낙관이나 카타르시스를 제지한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