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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스토리] 겁날 틈도 없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아요

‘남정네의 작은 부엌’ 오픈한 유성준

단정하게 올려 세운 머리에 요리사 복장을 한 남자가 주방에 있다. 그의 모습에는 어딘가 파스타 100개 만들기 도전을 기어코 성공시키고 만 단단함도 보인다. 2012년에 시작한 파스타 100개 만들기. 이는 그의 블로그를 통해 생중계되었고 그는 6개월의 도전끝에 100개의 파스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다시 미션 요리 100개 만들기가 시작됐다. 이제 그의 도전은 새로 오픈한 가게와 함께한다. 고단한 대학생활의 한편에서 자신만의 포부를 당차게 이뤄내는 청춘들의 스토리를 담고자 하는 이 기획의 시작을 불광동 남정네 유성준과 함께했다.

-1월1일에 가게를 오픈했다고요. 소감이 궁금한데요. =설레죠, 두근거리고. 오늘은 어떤 손님이 올까 생각하면 항상 기분이 좋아요. 가정집을 아버지, 목수 아저씨와 함께 손수 공사해서 가게로 만들었어요. 직접 톱밥을 먹으면서 했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게 되니 가능했던 것 같아요. 행복하네요.

-요리를 시작하면서부터 가게를 오픈할 생각이 있었나요. =오픈까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사실 가게를 낸다는 게 돈이 많이 드는 일이잖아요. 원래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배우려 했어요. 학교엔 취업계를 내려 했는데 일반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D와 F로 도배된 성적표를 받았어요. 졸업을 하기 위해서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학교에 복학했죠. 졸업한 뒤에 가게를 열게 됐네요.

-요리의 시작을 파스타로 했는데 왜 파스타인가요. =저도 모르겠어요. 저도 처음에 ‘왜 파스타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저 즐거웠던 요리가 파스타였어요. 재밌었어요. 사실 어디서 먹어도 저렴한 음식은 아니잖아요. 그런 음식을 집에서 매일 먹을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매력을 느끼게 됐고요.

-그럼 파스타 100개 만들기에 도전할 땐 요리를 배운 적이 없었던 건가요? 블로그를 보니 재료나 양념의 조합이 재미있어요. 음식을 꾸미는 솜씨도 좋고요. 아마추어의 실력 같지는 않던데요. =요리를 배운 적은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식재료 관리를 못해서 많이 버렸죠. 나중엔 남는 재료로 조합을 해봤어요. 그러다 보니 조금씩 노하우가 생기더라고요. 생식 훈련도 했어요. 버섯, 마늘 등 재료를 생으로 많이 먹어보니 기본적으로 그 맛에 대해 알게 되더라고요. 기본적인 맛을 알게 되니 조합도 해보고 모양도 내봤죠. 미묘하게 재밌더라고요.

-그동안 500접시 넘게 만들었다고 들었어요.블로그에 올리지 못한 요리도 많다고 하던데 아깝거나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요리가 있나요. =아쉬운 건 재료예요. 그런데 사용한 재료를 다시 생각해보면 맛이 없을 수밖에 없었어요. 미나리를 갈아서 올리브오일에 굴을 넣어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무슨 맛이 있었겠어요. 아쉽다기보단 경험이었고 더 공부해보고 싶은 계기가 됐죠. 시식은 어떻게 하셨어요. 다들 입맛이 다르잖아요. 처음엔 혼자 했어요. 그러다 블로그에 올린 제 요리가 네이버 메인에 떴죠. 하루에 7만 명이 들어오기도 했어요. 어안이 벙벙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어느 정도 맛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족들에게 부탁하다가 생각해낸 게 시식단을 뽑는 거였어요. 블로그에 “파스타 시식단을 모집합니다”라고 올렸죠. 그렇게 해서 12~13번 정도 시식단을 뽑아 무료로 파스타를 대접하고 피드백을 받았어요.

-파스타 100개 만들기 도전을 마무리한 뒤에 새롭게 ‘100개 미션 요리’에 도전하고 있다고요. 그러면 이제 파스타는 안 하는 건가요. =파스타는 일부러 피하고 있어요. 다른 요리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 시작한 도전에는 메인요리를 주로 하고 있어요. 사실 파스타보다 많이 어려워요. 비용도 많이 들고요. 그래서 새 메뉴를 블로그에 못 올린 지 한달이 넘었어요. 한달 만에 새 메뉴가 나왔는데 어서 사진 찍고 블로그에 올려야죠.

-지금까지 요리에 대한 도전을 쭉 이어올 수 있던 동력이 있다면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한번쯤은 있었을 텐데요. =솔직히 귀찮을 때도 있고 몸이 힘들 때도 있죠. 그런데 왠지 모를 의무감과 정의감 같은 것이 있어요. 저를 보고 힘을 얻는다는 분들이 있어요. 요리를 포기했었는데 저를 보며 다시 시작하고 싶어졌다는 분도 기억에 남아요. 저도 그런 분들로 인해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사실 제 만족을 위해서 한 일인데, 막상 하고 나니까 발생하는 시너지가 있더라고요. 저는 그게 참 좋고 재밌어요.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예전부터 요리사가 꿈이었어요. 조리과학고에 가고 싶었거든요. 안타깝게도 조리과학고에 떨어져 꿈을 접었다가 파스타를 통해 누적된 열정이 터진 것 같아요. 부모님은 조금 걱정하셨지만 저는 걱정하지 않았어요. ‘잘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고’ 하는 마인드가 강해요. 하나에 빠지면 정말 깊게 빠지는 편인데 중학교 때는 마술에 빠졌었고, 좀더 커서는 패션에 빠졌죠. 그러다가 이제 요리에 빠진 거예요. 이렇게 생각하면 요리에 빠지게 된 시기도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제 나이에 어딘가에 깊게 빠져 몰두하면 그게 직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거잖아요.

-왜 요리에 빠지게 되었나요. =결과물을 빨리 보는 걸 좋아해요. 음식은 결과물이 정말 빠르게 나오잖아요. 또 음식은 그림 같아요. 아무것도 없는 흰 접시를 내가 원하는 걸로 채우는 거니까요. 내가 넣고 싶은 재료를 넣고, 색도 넣을 수 있어요. 요리를 하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마시고 입으로도 먹어요. 오감을 다 느끼면서 하는 일이니까 지겨울 틈이 없어요.

-요리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지 궁금해요. =당연히 맛이죠. 신선한 재료를 쓰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예약 손님을 받으면 전날 재료를 사고, 새벽시장에 가서 신선한 재료를구해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는 뿌듯함이 있어요. 또 요리를 하는 분위기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친동생과 같이 일하는데 정말 잘 지내야 해요.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사이가 좋아야 가게 분위기가 편할 테니까요. 제가 들이는 수고나 노력이 결국은 이 가게의 분위기를 만들어낼 거라 생각해요.

-조만간 책도 나온다고요. 어떻게 책을 쓰게 된 건가요. =처음에는 블로그 이웃들의 추천으로 100가지 파스타 만들기에 대한 내용을 한 웹사이트에 올렸어요. 그런데 첫 게시물이 조회수가 100만이 넘어간 거예요. 그걸 본 한 잡지사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또 그 기사를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쉽고 만들기 편한 파스타를 위주로 요리책을 쓰고 있어요. 5월에 출간될 예정이에요.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것 같아요. 추진력도 있고요. 하지만 도전을 두려워하는 청춘들도 많아요.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겁이 안 나는 일을 하면 돼요. 겁낼 틈도 없이 좋아하는 일이 누구나 다 있을 거예요.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제가 좋아하는 대사가 있어요. 고백에 관한 이야긴데, “사실은 용기가 없어서 말을 못한 게 아니라 그만큼 절실하지 않아서 말을 꺼낼 용기가 안 생긴 거였더라고요.”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걸 찾으면 누구나 겁 없이 달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