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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사랑 <인간중독>

베트남에서 돌아온 교육대장 김진평(송승헌)은 출중한 능력과 함께 장군이 장인이라는 훌륭한 백그라운드, 거기에 남편의 출세를 위해 적절한 지략을 쓸 줄 아는 ‘내조의 여왕’ 숙진(조여정)을 아내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출세에 큰 관심도 없고 베트남전 후유증으로 심각한 불면증과 미약한 환각 증세에 시달리는 중이다. 어느 날 그의 휘하로 들어온 경우진 대위(온주완)는 상관의 무공과 취향은 물론 생일까지 달달 외울 정도로 출세에 목마른 인물이다. 어느 날 밤, 요란스럽게 들리는 새소리를 따라갔다 우연히 경우진의 처 종가흔(임지연)을 만나게 된 진평은 그녀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인간에 대한 애착을 사랑이 아닌 ‘중독’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관계란 과연 어떤 것일까? <음란서생> <방자전>으로 에로티즘과 마술적 언변의 환상적인 조합을 보여주었던 김대우 감독의 신작 <인간중독>은 내면적 상처와 결핍을 금지된 사랑을 통해 치유하고자 했던 한 남자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에서 베트남전이라는 소재는 감독의 전작들에서처럼 역사적 배경이라기보다 금기와 빈티지한 풍경으로서 ‘과거’를 재현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과 신분에 1960~70년대라는 시대가 결합하면서 진평과 가흔의 욕망과 그 실현은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한 것이 된다. 게다가 그 시기를 패셔너블하게 활용한 레트로풍의 인테리어와 의상 그리고 소품 등 영화 내부의 디자인적인 요소들은 비장한 서사와는 별도로 시각적인 쾌감을 극대화한다.

송승헌이 연기한 김진평의 모습에서는 <화양연화>와 <색, 계>의 주인공이었던 양조위의 그림자가 오버랩된다. 종가흔의 마음을 잡지 못해 머뭇거리는 그에게선 초모완을,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부관들과 아내들에게 둘러싸여 외로운 그에게선 정보부 대장 ‘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종가흔이 불러온 이국적 색채가 상상력에 불을 지피고 수리첸(장만옥)을 연상케 하는 옷차림이 시각적 친연성을 확인시킨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종가흔에게는 수리첸이나 막부인(탕웨이)의 분열된 내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감각적으로 충분히 섹시한 그들의 사랑에서 목숨을 걸 만한 치명적인 매력은 발견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중독 자체에 내포된 오류일지도 모르겠다. 중독이란 대체로 당사자에게는 숨 막힐 만큼 절박하지만 지켜보는 이들에겐 맹목적으로 파괴적인 것으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그녀에게 바쳐진 목숨을 건 사랑이 부럽다기보다 당혹스럽고, 그녀의 때늦은 눈물이 처연하기보다는 한심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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