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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영화와 사랑에 빠진 것처럼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개막, 아시아영화 줄어든 자리에 유럽영화 들어서

개막작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제67회 칸국제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올해도 변치 않은 칸의 특징은 세계영화의 거장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특징은 올해도 역시 최종 명단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지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경우에는 일단 거장들을 포함하고 젊은 신예들까지 포괄한 이번 프로그램이 낙점받을 만하다는 반응이다. “85살의 장 뤽 고다르에서부터 25살 자비에 돌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감독들이 포진했다”며 긍정적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유력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황금종려상을 둘러싼 경쟁부문은 언제나처럼 정규 멤버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면서 따끔한 비판을 잊지 않았다.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비판에 응수하고 나서며 “칸의 선택은 언제나 거장과 신예를 함께 껴안는 것이며 올해는 오히려 새로운 감독들을 편애한 면까지도 있다”며 <누벨 옵세바퇴르>를 통해 반박성 인터뷰를 했다. 아마도 티에리 프레모가 새로운 감독에의 편애라고 스스로 강조한 것은 미비한 명성과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돌연 올해의 경쟁부문에 입성한 두명의 감독인 아르헨티나의 데미안 스지프론과 이탈리아의 앨리스 로르와처를 의중에 둔 것일 텐데, 확실히 이 두 감독의 작품은 올해 경쟁부문 라인업 중 예상 밖의 선택에 속한다.

미국 영화산업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 부분에 대해 참고할 만한 색다른 기사를 내놓고 있다. 워너브러더스가 배우 라이언 고슬링의 감독 데뷔작 <로스트 리버>를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할 수 있도록 내준 대신에 칸이 그에 대한 대가로 워너의 영화 두편을 경쟁부문에 넣어주었는데, 그 하나가 미셸 아자나비시우스의 <더 서치>이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데미안 스지프론의 <와일드 테일즈>라는 것이다. 이 기사가 사실을 전한 것이라면, 앞서 거론한 올해 경쟁부문에서 가장 예상 밖의 작품이라 할 만한 두 작품 중 한편이 적어도 뒷거래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된다.

미셸 아자나비시우스의 <더 서치>

티에리 프레모의 말처럼 확고한 예술에의 확신에 따른 것이었는지 아니면 거래의 산물이었는지는 영화가 상영된 뒤 자연스럽게 판명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올해 칸을 찾을 것이라고 거론되어왔던 몇몇 초기대작은 끝내 최종 명단에서 보이지 않았다. 허우샤오시엔의 <섭은낭>, 폴 토머스 앤더슨의 <인히어런트 바이스>, 아벨 페라라의 <웰컴 투 뉴욕> 등이 그동안 꾸준히 거론되어왔었다.

올해 칸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이자 변화는 유럽영화가 주도하는 영화제라는 점이다. 올해처럼 유럽영화가 초강세를 보인 적이 근래에 없었다. 티에리 프레모 체제 이후 꾸준히 지속되었던 미국영화 강세의 분위기가 올해만큼은 잠시 약세로 돌아섰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해 코언 형제, 제임스 그레이, 알렉산더 페인, 짐 자무시 등 칸이 예우하는 미국 감독들의 영화가 즐비했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확실히 그렇다. “올해 미국영화는 대단한 거인도, 원더보이도 눈에 띄지 않는다”(<누벨 옵세바퇴르>)는 성급한 분석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 밖에 확실히 아시아영화가 줄어든 자리에 유럽영화가 들어선 분위기이기도 하다. 경쟁부문보다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그 점이 더 두드러진다. 아르헨티나의 리산드로 알론조, 스페인의 하이메 로살레스, 오스트리아의 예시카 하우스너, 헝가리의 코르넬 문드르초 등등 유럽 영화감독들이 다수 강세인 반면, 아시아 영화로는 중국 왕차오의 <판타지아>, 인도 카누 벨의 <티틀리>, 그리고 한국 정주리의 <도희야> 정도만이 속해 있다. 한편 한국영화 <표적>은 공식 비경쟁부문에, <끝까지 간다>는 감독 주간에 초청받았다.

경향 면에서 본다면 일단 전세계 각 지역의 사회/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영화들이 상당수라는 게 눈에 띈다. 아프리카 말리 팀북투의 이슬람 강경주의자들의 문제를 다룬 압데라흐만 시사코의 <팀북투>, 체첸 전쟁이 삶에 미친 여파를 묻는 아자나 비시우스의 <더 서치>, 시리아 문제를 다룬 오사마 모하메드의 <시리아의 자기 초상화>, 우크라이나 시민혁명을 다룬 세르게이 로즈니차의 <광장> 등이다.

전기영화가 많은 것도 한 경향이다. 개막작인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가 모나코의 왕비가 된 할리우드의 스타 그레이스 켈리의 이야기를 기초로 한 것은 물론이다.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였으나 살인에 휘말려버린 마크 슐츠와 데이브 슐츠의 실화를 소재로 한 베넷 밀러의 <폭스캐처>, 프랑스 패션계의 거대한 창작자였던 이브 생 로랑을 소재로 한 베르트랑 보넬로의 <생 로랑>, 영국의 위대한 화가 윌리엄 터너를 주인공으로 한 마이크 리의 <미스터 터너>, 1920년대 아일랜드에 댄스홀을 만들었던 지미 그랠턴을 소재로 한 켄 로치의 <지미의 댄스홀> 등이다.

감독 주간에 초청된 <끝까지 간다>

올해는 배우들이 배우가 아니라 감독으로 칸에 입성한 것도 한 경향이다. 마티외 아말릭, 토미 리 존스, 아시아 아르젠토 등 이미 몇 차례 자기만의 방식으로 연출해본 유경험자들부터 라이언 고슬링처럼 첫 연출작을 내놓은 초보에 이르기까지 나이와 경력과 국적도 다채롭다. 한편 올해의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한명은 켄 로치다. 이번 작품을 끝으로 극영화를 접고 다큐멘터리에 집중할 의사를 밝힌 터라 <지미의 댄스홀>이 켄 로치의 마지막 극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장 뤽 고다르다. 영화의 거대한 거인, 하지만 전작 <필름 소셜리즘>으로 칸의 초청을 받았을 때에는 갑작스럽게 엉뚱한 편지 한장을 보낸 채 영화제에 불참했던 경험이 있어서 올해 영화제에서 그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올해의 심사위원은 심사위원장 제인 캠피온을 비롯하여 배우 캐롤 부케, 소피아 코폴라, 배우 레일라 하타미, 배우 전도연, 배우 윌렘 데포, 배우이자 감독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감독 지아장커,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이다. 한마디로 심사의 향방을 종잡을 수 없는 명단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에 대한 식견이 풍부한 제인 캠피온, 지아장커, 니콜라스 윈딩 레픈쪽에서 심사의 향방을 주도할 공산이 크다. 5월14일 개막작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를 시작으로 드디어 흥미진진한 칸영화제의 막이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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