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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입양아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

두살 무렵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쎄실(세실 들래트르)은 화가이다. 수년 전, 쎄실과 인연을 맺은 지현(이지현)은 꽤 오랫동안 그녀를 바라보다 문득, 한국의 입양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현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쎄실의 사적인 삶을 관찰하고, 한국의 입양기관과 쎄실의 고향을 찾아 헤매며, 또 다른 국내 입양 가족이 사는 이야기를 듣는다. 한참이 지난 다음, 마음을 연 쎄실에게서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프랑스인 김명실>은 제목 그대로 ‘김명실’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프랑스인’ 입양아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입양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많은 다큐멘터리들처럼 이 영화 역시 소재 자체의 힘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지만, 그 출발점이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이지현 감독은 입양이라는 이슈를 담기 위해 ‘입양아 김명실’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프랑스인 친구’ 쎄실을 만나면서 입양이라는 문제를 생각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 속 ‘지현’이 처음에 고민한 것은 우리나라의 입양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친구인 쎄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이다. 이를 위해 지현은 그녀와 함께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고향에 찾아가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고, 그녀의 그림을 바라본다. 하지만 여전히 ‘프랑스인 부모 밑에서, 프랑스식 교육을 받으며, 프랑스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자신이 왜 평생을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지내야 하는가’라는 쎄실의 오랜 고민을 덜어주지 못한다. 이 정리되지 않은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영화는 질문의 폭을 조금씩 넓혀간다. 아마도 이를 위해 2009년에서 2013년까지의 꽤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배우 구원영의 내레이션이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영화 속 내레이터는 어느 순간 쎄실을 바라보는 친구 ‘지현’이 되었다가, 또 다른 순간 입양이라는 사회문제를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연출자로 변해 있다. 이에 따라 영화도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간다. 쎄실의 삶에 다가갈 때는 ‘지현’의 감정이 울컥 쏟아지고, 입양과 관련된 이들을 인터뷰하며 입양 현실을 바라볼 때는 더없이 건조하다. 둘을 오갈 때 생기는 리듬감은 여느 다큐멘터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움이지만, 쎄실에게 유난히 다가간 클로즈업들과 빈번하게 삽입된 음악 등이 둘간의 섬세한 균형을 흐트러뜨려 영화 전체를 감상적이고 산만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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