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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년 동안 끊임없이 부활해온 원작 <테레즈 라캥>

19세기에 소설 <테레즈 라캥>이 나왔을 때, 에밀 졸라는 평론가들로부터 외설을 즐기는 몹쓸 놈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고아나 다름없는 테레즈 라캥(엘리자베스 올슨)이 자신을 거둬준 고모(제시카 랭)의 강요 아래 병약한 사촌(톰 펠튼)과 결혼했다가 그의 예술가 친구 로랑(오스카 아이삭)과의 육욕에 빠져 남편을 죽이고 그와 결혼하지만 결국 죄의식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이야기였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을 것이다. 원작자의 주장대로 “신경과 피의 지배” 아래 움직이는 인물들을 “과학적”으로 기록하고자 한 이 자연주의적 비극은 21세기에 영화를 통해 다시 읽어도 섬뜩하고 처연하다. 특히 테레즈와 로랑 사이에 존재했던 금기가 제거된 뒤 그들의 욕망 또한 차갑게 식어가는 과정이 냉혹하고 엄격하게 묘사돼 있다.

마르셀 카르네나 박찬욱의 번역본에 비하면, 찰리 스트레이턴의 2014년작은 고전문학의 대중화를 꾀한 문고판 같은 영화다. 원제(In Secret)만 봐도 쉬운 로맨스영화로 받아들여지길 바란 듯하다. 시대극적 배경 묘사부터 이미지 캐스팅, 드라마틱한 조명, 플래시백의 활용 등에 이르기까지 고풍스러운 각색본의 정석을 보여준다. 캐릭터들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잘 살린 장면들의 호흡도 매끄럽고, 엘리자베스 올슨을 비롯한 배우들도 캐릭터에 꼭 맞는 연기를 선보인다. 그러나 그런 충실함과 정연함이 이 영화의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재해석의 여지가 적다보니 평이한 문예영화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운 것이다. 150여년 동안 끊임없이 부활해온 치명적 원작을 택했지만, 도전적 독법을 탐하진 않은 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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