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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남자와 ‘몸 쓰는’ 여자 <레쓰링>

사진학과 교수 해주(최성국)는 ‘작업실’을 겸한 숙소에서 제자 은희(송은채)와 동거 중이다. 같은 과 동기와의 ‘썸’으로 소원해진 은희 때문에 속을 끓이던 해주 앞에 어느 날 타이트한 의상에 뿔테 안경을 쓴 생활체육과 신임 여교수 신혜(하나경)가 나타난다.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한다는 신혜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해주는 급기야 은희를 쫓아내고 신혜를 집에 들인다. <색즉시공>의 학생 최성국이 캠퍼스로 귀환했다. 그는 나이만 먹었을 뿐 몸은 여전히 몽정기의 소년처럼 성욕에 불탄다.

사진 찍는 남자와 ‘몸 쓰는’ 여자라는 설정은 남자의 관음증과 여성의 신체 전시를 정당화한다. 속옷만 걸친 채 바닥에 배를 대고 누운 은희의 은밀한 곳으로 돌진하던 첫 장면부터 시작해 유독 여성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로앵글을 사용하고 여성의 몸 곳곳을 클로즈업하는 등 섹스 코미디라는 면죄부를 바탕으로 여성의 신체를 노골적으로 스케치한다. 스승과 제자간의 성 탐닉, 요가자세가 불러일으키는 은밀한 상상, 그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인 샤워 장면 훔쳐보기 등 포르노나 남자들의 사담에서 주로 통용되는 ‘고전적인’ 판타지에다 성 상납 문제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양념처럼 첨가하는 것까지 클리셰로 점철된 영화에서 그나마 신선한 것은 은희와 신혜가 발휘하는 의외의 ‘케미스트리’다. 물론 둘의 우정은 결과적으로는 해주가 두 여자를 모두 품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며 결국 해주 좋은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 애석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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