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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를 꿈꾸는 7080밴드 ‘우담바라’ 이야기 <악사들>

<와이키키 브라더스>로부터 20년쯤 지난 뒤가 꼭 이럴까. 다큐멘터리 <악사들>은 재기를 꿈꾸는 7080밴드 ‘우담바라’ 이야기다. 색소폰에 혜광 스님, 베이스에 이승호, 드럼에 이현행, 기타에 이정수, 키보드에 박기태까지 평균 나이 60대인 5인조다. 밴드에서 가장 이색적인 인물은 혜광 스님이다. 스님으로만 이뤄진 밴드도 있으니 밴드하는 스님이라고 이상할 것 없지만, 스님 캐릭터가 영화에서 유머러스한 부분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은 이색적이다. 다혈질에 음담패설을 즐기는 스님 캐릭터를 얼마나 수용하는지가 초•중반까지 영화를 심적으로 받아들이는가를 결정하는 열쇠다. 왜냐하면 영화는 밴드 구성원 각각의 개성을 부각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튀는 인물인 혜광 스님이 자연스럽게 영화 안팎에서 밴드의 성격을 결정짓는다.

영화에서 혜광 스님과 대적할 만한 개성을 드러내는 사람은 어쩌면 감독 김지곤일 거다. 혜광 스님을 중심으로 밴드가 결성되는 과정이 주 요 내용이긴 하지만 여기에만 초점을 맞추진 않는다. 초반 개별 멤버의 삶을 스케치하거나 멤버 각각의 공연 모습을 보여주면서 ‘밴드 결성’이라는 제재가 분산되는 측면도 있다. 멤버 한명 한명의 뒷모습을 따라가는 핸드헬드 장면이 말해주듯 감독은 이야기를 만들려 하지 않고 따라가보자고 생각한 것 같다. 내적 개입은 최대한 자제하는 반면, 외적으로는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드러난다. 특히 밴드 공연 장면에서만큼은 감독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사진을 찍듯 고정된 구도를 바탕으로 제목, 작사자, 작곡자, 제작연도를 새겨넣는 것으로 시작하는 연주장면은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킨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공연이 중단된 뒤의 적막, 박수 소리 하나 없이 무심하게 이어지는 일상의 소음 등이 고정된 화면을 바탕으로 두드러진다. 이를 통해 감독은 시종일관 유쾌해 보이는 밴드의 애상적인 뒷모습을 성공적으로 포착한다.

영화가 주는 감동은 대부분 아들뻘의 감독이 밴드와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은근한’ 교감을 쌓아나가는 데서 온다. 사진적 구도는 흔한 단상도 없는 휑한 거리에서 공연하는 밴드에 근사한 무대를 선사하는 사각의 프레임이다. 감독은 언제나 관객이 떠난 뒤에도 끈기 있게 자리를 지키는 최후의 관객이 되어 멤버들을 지킨다. 밴드 멤버들은 과거에 돈을 받고 연주를 한다고 하여 ‘오부리’라고 멸시당했다. <악사들>은 그들에게 뒤늦게나마 제대로 된 이름(악사)을 붙여주려는 80여분간의 시도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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