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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무한 가능성의 공간
윤혜지 사진 오계옥 2014-12-12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

영화과가 살아남기 힘든 시대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 시점에 숭실대학교가 영화예술전공을 신설했다. 현재 수시로 선발한 신입생 20명의 입학이 예정돼 있고 정시를 통해 추가로 신입생을 모집 중이다. 신설학과, 그 힘들다는 영화과임에도 5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높은 주목을 받았다. 얼마 전까지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원장이었던 최익환 교수가 영화예술전공 전임교수에 임명돼 신설학과 막바지 단장에 분주했다. 곳곳에 영화예술전공 신입생이 쓸 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아직까지 장비와 설비는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장비 및 설비 구입 예산안은 이미 통과됐고, 겨울방학 내에 수업에 필요한 모든 설비를 완벽히 갖추고 신입생을 맞이할 예정이다. 영화예술전공의 주요 실습실로 최신식 방송 스튜디오도 마련돼 있다. 그 밖에도 전면 거울이 사방에 비치된 깨끗한 액팅룸과 천장에 전용 조명 설비를 갖춘 촬영용 스튜디오, 각종 녹음실과 편집실이 영화예술전공 신입생들의 새 둥지로 사용된다. 200석 규모의 블루큐브 극장도 신입생들의 워크숍에 쓰일 계획이고, 스크린이 설치된 기존 강의실을 더 좋은 스크린과 장비로 리모델링해 강의용으로 이용할 계획도 있다.

최익환 교수는 “공대 이미지가 강한 숭실대학교이지만 한헌수 숭실대학교 총장이 영화영상에 지대한 관심을 표하기도 했고, 창의인재를 모토로 학교 전반적으로 문화와 기술 면에서 균형감을 유지하려고 시도한 결과”라고 영화예술전공의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인의 대표적 산실 중 하나인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이제 막 영화예술전공을 신설한 숭실대학교로 부임한 최익환 교수로서는 체감상 큰 차이를 느낄 법도 하지만 오히려 그는 새로운 일에 뛰어들게 돼 무척 즐거워 보였다. “아카데미의 입학생 반은 영화 비전공자다. 따라서 영화과 출신의 학생들에게 불만이 있지 않을까 했다. 일반대학의 시스템을 따라가야 하는 부분이 생기니 영화에 대해 온전히 고민할 수 없는 게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의 도전이 더 흥미로웠다.”

류승룡, 박용우 등이 소속된 PR•마케팅 기업 프레인과의 산학협력

신설전공이므로 신입생 커리큘럼만큼은 먼저 상세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입학하자마자 신입생들은 우선 즉흥적으로 주어지는 소재를 이용해 이야기를 만들고 스토리의 일정한 패턴을 습득하게 된다. ‘이야기 발상법’ 수업으로, 주변에서 마주칠 수 있는 소재와 작가적 시선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를 살피는 과정이다. 또한 캐릭터 설정이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어떻게 좌우하는지, 사건과 인물이 영화의 성격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를 학습하는 ‘캐릭터와 사건’ 수업도 있다. 최근의 단편 수상작을 예로 드는 ‘단편영화 분석1’ 수업에서는 국내외 단편들의 경향을 살피고 영화연출의 기초를 다지게 된다. 2학기 때도 장면 구성 요소를 분석하고 콘티뉴어티, 예산 계획을 실습하기 위한 목적의 ‘단편영화 분석2’ 수업이 있다. 기존에 나온 단편영화를 뜯어보는 수업이 많은 이유에 대해 최익환 교수는 “단편과 장편은 엄연히 다른 문법의 영화다.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무리하게 하기보다 동원할 수 있는 역량 내에서 최대한 퀄리티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하며 분석과 창작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 사람의 연출자로서 창작을 계속해나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익환 교수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수업으로 2학년 2학기부터 시작되는 ‘크리틱’이 있다. 최익환 교수가 “아카데미 시절부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커리큘럼”이라고 한다. 요약하자면, 전 교수진과 전 학생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논문 심사를 하듯 한 학생이 계획하고 진행하는 모든 창작의 과정들을 공유하고 평가하는 수업이다. 아이디어 디벨로프부터 시나리오, 촬영, 캐스팅, 편집, 사운드까지 영화연출의 전 과정을 상세하게 분석한다. 최익환 교수는 “교수진 사이에도 각각의 캐릭터가 있으니 의견이 분분하기도 하지만 어느 의견을 수렴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감독이 판단할 문제”라면서 “교수들이 조금만 희생한다면 충분히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수업”이라고 크리틱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산학협력은 그 어느 학교보다도 굳건하다. 최익환 교수가 아카데미 원장직을 수행하며 쌓아둔 그간의 네트워크로 긴밀한 산학협력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숭실대학교는 류승룡, 박용우, 김대명, 문정희 등의 배우가 소속된 국내 최고의 PR•마케팅 전문 기업 프레인과 산학협력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 협약으로 향후 프레인은 영화예술전공의 연기부문 교육을 공동으로 담당하고, 학생 작품의 공동 제작 및 배급에 협력하게 될 예정이다. 특히 프레인TPC에 소속된 배우들이 교수가 되어 영화예술전공 신입생들의 연기부문 교육과 수업을 직접 맡는다. 한헌수 총장은 “숭실대학교가 이제 문화콘텐츠가 강한 대학으로 새롭게 도약하려고 한다. 프레인의 동참과 협력이 큰 힘이자 동력이 될 것”이라는 말로 협약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날로 변화하는 플랫폼의 형태에 맞춘 다양한 기획의 상업영화를 제작할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며 최익환 교수는 이에 해당하는 다른 업체들과의 교류 기회도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특정 전문분야의 수업이 필요할 경우 그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학생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수업을 제공하면서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또한 최익환 교수는 “차차 기획 및 산업부문 교육에도 프레인의 실무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라는 계획도 언급했다. <모던 보이> <은교>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도 영화예술전공의 교수로 합류했다. 정지우 감독은 스토리텔링 강의를 전담할 예정이다. 야심만만한 청사진들뿐, 분명하게 정해진 것은 별로 없다. 그 말은 곧 무엇이든 가능하며,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한한 가능성에 베팅하고 싶다면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만 한 카드도 없지 않을까.

입시전형

정시로는 다군에서 20명을 모집한다. 선발은 다단계 전형으로, 1단계에서 수능성적으로 25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실기 60%. 수능성적 40%로 나누어 선발한다. 1단계를 통과했다면 2단계에서는 주어진 이미지를 토대로 이야기를 구상하여 구술하는 개별 구술고사를 치러야 한다. 최익환 교수에 의하면 구술고사는 “남녀가 섞인 인물 20명, 20군데의 공간, 사건의 단초가 될 키워드가 하나 있다. 이것으로 기본적인 영화적 스토리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평가한다고 한다.

충실한 기본에 차별화된 시스템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 최익환 전임교수

-아카데미에서의 실무 경험이 숭실대 영화예술전공 신입생들에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까. =아무래도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을 나름대로 갖고 있다는 점이지 않을까. 결국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커리큘럼을 보면 알겠지만 기본에 충실하되 굉장히 다른 교육방침을 갖고 있다는 게 우리의 강점이다.

-기존의 영화과들과도 많이 차별화될 것 같다. =그렇다. 영화영상 관련 학과들이 많지만 분명한 시스템이 부재한 것 같다는 인상이 있었다. 우리로선 학생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제작부터 시작한다기보다 국내외 단편을 분석하면서 거꾸로 시스템을 되짚어나가며 질문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스튜디오와 녹음실, 마스터링 설비, 액팅룸, 시사실 등 필요한 공간은 모두 있으니 제작에도 소홀하지 않다. 첫 출범이라 학교쪽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현장이 그대로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그림을 생각 중이다. 또 한 가지 강점이라면, 글(시나리오)을 쓰고 바로 연기로 옮겨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좋은 감독들은 대개 연기도 잘한다. 카메라를 들이대기 이전에 이것이 감정이 되는가, 그렇다면 그 감정을 카메라로 어떻게 담을 것인가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앞으로의 첫 1년을 앞두고 각오가 어떤가. =학생들이 재밌으려면 선생님부터 재밌게 느껴야 한다. 학생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는지, 학생들은 목표 설정을 어떻게 하는지가 관건이다. 기대를 걸고 있는 크리틱 수업은 학과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자리가 될 것이다. 교수들이 수고를 더 해야 하겠지만 공통된 하나를 향해 달려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