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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실제 욕망인가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연극 <말로야 스네이크>에서 동성의 상사인 헬레나를 유혹하여 권력을 획득하고 무참히 차버리는 시그리드 역으로 데뷔하여 주목을 받아온 배우 마리아 앤더스(줄리엣 비노쉬)는 20년 뒤 신예 연출가로부터 리메이크작 출연 제의를 받는다. 이제는 헬레나가 되어야 하는 마리아에게 비서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은 출연을 설득한다. 여전히 시그리드와 젊음에 집착하는 마리아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발렌틴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여기에 새로운 시그리드로 캐스팅된 할리우드의 악동 조앤(크로 모레츠)까지 가세해 상황은 꼬여간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페트라 폰 칸트의 비통한 눈물>을 올리비에 아사야스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듯한 작품이다. 시그리드가 마리아를 일약 스타로 만든 것처럼 어떤 허구는 사실보다 더 강하게 삶으로 침투한다. 마리아는 20대의 빛나던 자아로부터 쉽사리 분리되지 못하고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걔들 세계’라고 쉽게 폄훼한다. 연극 속 시그리드와 헬레나의 대사는 현실의 마리아와 발렌틴의 대사와 오버랩되고, 허구 속 인물간의 갈등은 두 여자의 실제 신경전으로 전이된다. 여기에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실제 스캔들과 닮은 조앤의 극중 스캔들까지 가세하여 영화 속 연극과 영화와 스크린 밖 현실은 뫼비우스의 고리처럼 연결된다. 어디까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실제 욕망일까? 능선을 타고 순식간에 시야를 점령하는 말로야 스네이크-실스마리아의 구름처럼 감독은 허구와 실제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서사를 교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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