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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스러운 영화 감상 <아메리칸 셰프>

잘나가는 요리사 칼 캐스퍼(존 파브로)는 욱하는 성격 탓에 자신의 요리에 악평을 쓴 요리평론가에게 욕설을 퍼붓다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쫓겨나고 만다. 좌절하고 있던 칼에게 이혼한 전처 이네즈(소피아 베르가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푸드트럭을 해보라고 제안한다. 푸드트럭은 금세 인기를 얻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앙숙’ 평론가가 그를 다시 찾아온다.

재능은 있지만 미성숙한 주인공이 시련에 부딪혀 반성을 거듭한 끝에 진정한 성공을 이루게 된다는, 익숙한 이야기 구조만 놓고 본다면 <아메리칸 셰프>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어 보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렇게 이야기를 평평하게 만들어놓은 덕분에 영화의 다른 부분들을 ‘감상’할 여유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때 시선을 사로잡는 건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방에서 탄생하는 먹음직스런 요리들이다. 카메라는 배우들의 연기보다 훨씬 더 정성스레 재료를 골라 손질하고 조리해 하나의 요리로 완성해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여기에 달궈진 팬이 치즈를 녹여낼 때, 그리고 재료들이 도마에서 다져질 때, 각 조리 과정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들은 어떤 음악보다 맛깔스럽게 영화를 포장해낸다.

영화 중간,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존 파브로가 음식비평가 앞에서 “네가 이 요리 만들 때까지 나와 스탭들의 노력을 알기나 해?”라고 소리칠 때, 그 분노가 한편으로는 영화비평가들을 향한 <아이언맨>의 감독 존 파브로의 진심처럼 느껴져 가슴 뜨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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