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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누구 눈치를 보는 건가

영진위,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등 영화제 상영작 등급분류 면제추천 취소

글 :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1월22일부터 27일까지 인디스페이스에서 개최되는 ‘2015 으랏차차 독립영화’ 영화제 상영작 중 3편이 취소됐다. 취소된 영화는 <밀양아리랑> <그림자들의 섬> 그리고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다. 이 영화들은 모두 상영등급을 분류받지 않은 작품이다. 현행법상 상영등급을 분류받지 않은 영화는 상영될 수 없다. 다만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1항의 단서조항에 한해서 상영이 가능하다. 해당 조항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추천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 등에 한해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도 상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화제에서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화가 포함된 ‘2015 으랏차차 독립영화’ 영화제도 법에 따라 등급분류 면제추천 과정을 거쳤다. 영진위는 1월16일 면제추천을 통지했지만, 19일 돌연 이를 취소했다. 해당 영화제에는 총 11편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이중 (상영등급 분류를 받지 않은) 3편만을 상영작으로 신청했기 때문에 ‘신청사실이 허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취소의 이유였다. 정말 그게 진짜 이유일까?

최근 영진위는 사회적인 논란 등을 이유로 <다이빙벨>의 직영 영화관 인디플러스 상영을 금지한 바 있다. 이런 영진위의 지난 행적은 이번 조치를 마냥 수긍할 수 없게 만든다. 혹시 이번 결정의 이면에도 <다이빙벨> 상영 금지와 비슷한 이유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면제추천 취소로 인해 상영이 취소된 작품에는 묘하게도 <자가당착>이 포함되어 있다. <자가당착>은 ‘특정 정치인과 관련된 여러 장면의 경멸적, 모욕적 표현이 개인의 보편적 존엄과 가치를 현저하게 손상한다’는 이유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던 영화다. 다행히 법원의 결정으로 제한상영가 등급은 최종적으로 취소됐지만, 이 영화는 여전히 미분류 상태로 면제추천 없이는 상영할 수 없다. <자가당착>이 상영작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 면제추천 취소의 배경은 아닌가 하는 의심은 애초에 영진위가 자초한 것이다.

해당 행사의 주최쪽은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면제추천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당연히 면제추천이 될 것이라 기대하지만, 그렇다고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무리한 법적용이나 지원 등 행정 행위에 기반한 검열적 행위가 반복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가당착>이 포함된 면제추천 신청에 대한 결정은 향후 영진위의 행보를 예측할 하나의 잣대가 될 것이다. 지원기관다운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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