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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옮기고 클래식한 감성은 유지한 <더 이퀄라이저>
송경원 2015-01-28

로버트 맥콜(덴젤 워싱턴)은 대형마트 직원이다. 장식장 하나 없는 집에서 무미건조한 시간을 보내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주위에 친절을 베풀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아내가 남기고 간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소설 100권’을 읽는 게 유일한 소일거리인 그는 매일 새벽 2시면 책 한권을 들고 카페를 찾는다. 어느 날 어린 콜걸 테리(크로 모레츠)가 말을 걸어오고 두 사람은 친해진다. 얼마 뒤 테리가 러시아 포주에게 폭행을 당하자 로버트는 러시아 마피아를 찾아가 마피아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더 이퀄라이저>는 1980년대 중반 동명의 미국 TV시리즈(국내명 <맨하탄의 사나이>)를 원작으로 각색한 영화다. 원작은 은퇴한 첩보원이 사람들을 돕는 해결사로 활약하는 이야기였다. 영화는 러시아 마피아와 얽힌 사건을 중심으로 로버트가 거리의 해결사로 각성하는 과정을 그린다. TV판 로버트 맥콜이 백인 배우 에드워드 우드워드였던 걸 떠올리면 덴젤 워싱턴의 캐스팅은 꽤 과감하고 파격적인 변화다. 이야기는 단선적이다. 로버트가 범죄자를 처형하며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는 관객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정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로버트를 위한 무대장치에 불과하다. 당연히 핵심은 로버트의 액션 신인데, 안톤 후쿠아 감독은 80년대 감성 재현에 초점을 맞춘다. 빠르고 현란한 총격 액션도 없고, 억지로 ‘본 시리즈’ 같은 애크러배틱 액션을 덧붙이지도 않았다. 대신 무겁고 둔탁한 맛이 살아 있다. 그야말로 조용한데 강하다. 시대는 옮겨왔지만 TV시리즈의 클래식한 감성은 잘 유지한, 영리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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